산업 IT

[IT가 산업지도 바꾼다] <6> 한국 'ICT+제조업'의 초라한 현실

구글·애플, 통합 플랫폼 속도내는데… 국내업계는 말로만 "융합"



카톡 메신저·금융 결합 '간편결제' 서비스

美 1998년·中 알리페이 2003년 이미 출시


"스마트홈·헬스케어·전자상거래가 먹거리"

외국선 인수합병 통해 융합시스템 구축 박차

한국 스마트카 산업은 자동차 따로 IT 따로


# 한국에 밀려 전자왕국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소니.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 융합을 통한 미래 '플랫폼 경쟁'에서는 한국 기업보다 먼저 출발했다. 무려 13년 전부터 인수합병과 타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ICT와 의료를 융합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 여기에서 탄생한 소니의 인터넷 의료정보 포털 'M3'는 한국은 물론 미국·영국 등 70개국 170만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소니는 현재 'M3'를 의료정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 앞다퉈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샤오미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스마트폰·웨어러블·헬스케어·전자상거래 등 모든 것을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통합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영위하도록 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 '플랫폼'이다. 애플과 나이키가 함께 힘을 모아 웨어러블 플랫폼 '나이키플러스(Nike+)'를 만든 것이 한 예. 이제 ICT 융합을 통한 '기업의 플랫폼화'는 미래 비즈니스의 키워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융합 속도는 외국과 비교해볼 때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이를 주도할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ICT 융합 현실은=국내 인터넷 업체 A사 관계자는 "신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등을 위해 국내 대표 제조기업과 함께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1~2건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신발·의류 등 제조회사가 인터넷 업체와 함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나가고 있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삼성전자가 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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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의 핫이슈인 카카오톡과 금융의 결합 역시 외국에 비하면 초라하다. 메신저와 금융의 결합이 국내 금융 산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IT와 금융의 결합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인 미국 페이팔의 경우 1998년 출시됐다. 중국 알리바바는 미국의 페이팔을 본떠 지난 2003년 10월 간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내놓았다.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IT와 금융의 결합이 중국에서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ICT 융합 면에서 한국은 사실 중국보다 뒤늦지 않았나 싶다"며 "IT 강국이라는 구호도 어떻게 보면 하드웨어에 불과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유망 분야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카가 그중 하나다. 테슬라는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를 공개하며 여러 기업과의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외국 자동차 기업들도 IT 기업과 결합해 스마트 카 기술을 축적해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스마트 카 산업이 자동차 따로, IT 따로 등 여전히 융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위기다. '산업의 뿌리'로 불리는 제조업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1960년 이후 가장 낮은 5.1%이다. 값싼 인건비와 시장 규모를 앞세운 중국이 기술력까지 키우면서 국내 제조업은 어려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해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해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도 주요 선진국처럼 기존 정책을 재검토해 제조업에 IT를 융합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통합 플랫폼'으로 가는 외국의 IT 융합=미국 등 전세계 기업들은 요즘 IT를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올 상반기에만 인수합병에 투자한 돈이 42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구글은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이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모바일 등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시도 중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 역시 시장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종 분야로의 융합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이 모든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글로벌 제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팔던 아날로그 기업이 아니라 제품(디바이스)과 콘텐츠·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IT 산업에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애플·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의 돈을 인수합병에 투자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단일 플랫폼에서 벗어나 아예 애플과 구글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순 제조업이 IT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 스마트폰 사업이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포화상태"라며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스마트홈·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의 미래 먹거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제조업의 디지털 흐름에 발맞춰 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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