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장마가 드디어 이번주 끝날 것으로 보인다. 유난히도 길었던 이번 장마는 지난 6월17일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돼 무려 50여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중부지방 장마로는 가장 길었던 1974년과 1980년의 기록(45일)을 훌쩍 넘는 기간이다. 올해 장마는 대체 왜 이리도 길었던 걸까.
우리나라는 장마, 중국은 메이위(meiyu), 일본은 바이우(baiu)라고 다르게 부를 뿐 여름철 동아시아 지역은 모두 남쪽의 온난습윤한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랭습윤한 한대성 기단이 만나서 형성되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메이위는 열대몬순과 대륙성 기단 사이에서 발달하며 바이우는 주로 열대몬순 및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기단 세력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장마는 이들 4개 기단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특성을 보인다.
올해는 북쪽의 찬 공기가 세력을 유지하면서 평소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크게 확장해 장마전선을 북한지방으로 밀어 올리지 못했다. 두 기단의 팽팽한 싸움 때문에 중부지방에 장마전선이 계속 머물면서 장마가 길어진 것이다.
장마는 끝나가지만 아쉽게도 비는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해마다 잦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상청은 2009년부터 장마의 시작과 종료 예보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패턴이 장마 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 구분해야 할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장마 후에도 국지성 집중호우는 잦아지고 강수량도 장마기간과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습윤한 공기가 서해에 유입되면서 발생하는 해무(해상안개)도 여름철 인천항 여객선을 이용하는 휴가객과 도서지역 주민들의 큰 불편 중 하나다. 해무는 육상안개와 달리 층이 두껍고 쉽게 흩어지지 않아 선박 사고 등 큰 피해를 내기도 한다.
장마가 끝났다고 안심하지 말고 TV나 스마트폰ㆍ인터넷으로 실시간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단단히 대비한다면 남은 여름과 휴가철도 비 피해 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