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2월 23일] 실물대책 늦어지면 금융위기 해소도 어려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외환당국이 2,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헐어서라도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0억달러 마지노선’은 단기외채와 잔존 만기 1년 미만의 유동외채를 감안해 한꺼번에 달러가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형성된 수치다. 상황이 그만큼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지나친 쏠림 현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보인다. 또한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아시아 공동펀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당초 8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한다는 공동발표에 나섰다. 미국과 동유럽을 강타한 세계금융시장 경색이 더이상 아시아 시장을 악화시키지 않게 국제적 공조를 강화한 바람직한 조치이다. ‘제2의 금융 쓰나미’로까지 불리는 최근 상황은 지난해 9월 중순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비교된다.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다소 충격은 덜한 것 같지만 차이점도 있다. 당시에는 미국 금융시장의 영향으로 우리 시장이 직접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은 국내 실물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어 위기타개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동유럽 국가의 위기가 우리 금융시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고 3월 말 결산기를 앞둔 일본계 자금의 유출 가능성 등도 이미 예견된 것인데 시장 변동성이 갑자기 커진 것은 그만큼 우리 실물경제 침체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대책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실물경기 회복방안도 동시에 서둘러 최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400조원에 가까운 지원계획을 세웠으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는 아직도 미미한 형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본자본비율(Tier 1) 9% 미달 은행이 11개에 이르러 9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데 은행자본확충펀드는 아직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자본 확충에 속도가 나야 기업 구조조정도 원만하게 이뤄져 실물경기 회복이 빨라질 것이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추경 편성 등도 주춤거릴 이유가 없다. 실물경제 대책이 늦어지면 금융위기 해소도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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