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숨은 영웅을 키우자] <5·끝> 한국경제의 뿌리를 키우자

"글로벌 기술 기업 육성해야 지속성장 가능"<br>'차세대 성장 엔진' 부품소재 산업 역량 높여야<br>稅 혜택·거래선 다각화·기술 은행제 도입 필요

본딩와이어업체인 엠케이전자의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이 제품의 품질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엠케이 전자는 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1위 업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엠케이전자


창원에 위치한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업체인 태림산업은 지난해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09년 올렸던 230억원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비결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공급이다. 태림산업은 TRW와 넥스티어 등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에 공급하며 세계 11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8%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승한 사장은 "중소기업은 기술력을 갖추고 글로벌시장을 향할 때 미래가 있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부품소재 전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의 활약이 대기업 주도 수출경제에 이은 차세대 성장모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대기업 역시 협력업체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장환경을 맞고 있다. 김수욱 서울대 교수는 "기업들이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자면 제품이나 관리방법, 기술종류도 다양해져야 한다"며 "원가 중심의 기존 협력업체 관리시스템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협력관계에 있는 부품소재기업의 역량 자체가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기술 및 연구개발(R&D) 역량은 아직 글로벌 톱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산업기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86.5%는 2년 내에 모방이 가능한 범용기술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품소재기업의 자체적인 연구개발 확대와 수요기업의 지원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부품소재의 개발은 수요기업과 개발기업간 개별적 차원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양자를 이어주거나 지원해주는 정책이 없다"며 "대기업이 주요 소재를 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하는 비율에 따라 세제혜택을 준다든지 사업화 과정의 리스크를 정부가 나눠갖고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납품에 안주하는 관행도 개선될 과제로 꼽힌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히든챔피언으로 도약하려면 소수의 대기업에 매출이 편중돼 글로벌화되지 못하는 현상과 낮은 납품단가-저마진-저임금-저투자의 악순환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거래선을 확대하기 위한 중소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부품소재 기업이 모인 업종별 온라인 클러스터도 하나의 대안으로 손꼽힌다. 온라인상에 업종별 클러스터를 구축해 국내외 수요기업이 자연스럽게 협력업체를 물색하고 입찰 견적부터 공동 연구개발 등이 가능한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부품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등 업종별로 특화된 기술적 이슈는 물론 해외 마케팅까지 공동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해외 바이어들의 경우 한국의 부품소재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실제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기존 해외 진출제도 등과 연계해 운영한다면 실력있는 기업이 거래선을 다각화하고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기업 육성을 위해 기술은행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일종의 기술중개소 역할을 하는'중소기업 기술은행'을 설립해 수요기업과 기술 및 기술인력을 연결시켜주고 이에 대한 교육 및 교류, 중개가 가능하도록 뒷받침하자는 것이다. 김수욱 교수는 "수요공급을 이어주는 역할 뿐 아니라 우수 기술에 대한 대출 등 금융지원을 통해 기술력 있는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소재의 기술개발이나 글로벌화 모두 1~2년 내 이룰 수 없는 과제"라며 "기업과 정부가 한마음으로 뭉쳐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숨은 영웅을 많이 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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