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인 직접투자보다 3배나 많은 해외투자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급증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급감하는 투자역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액은 103억달러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33억달러의 3배를 웃돌았다. 해외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투자까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니 경제활력이 떨어질 것이 뻔하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노동력이 풍부하며 인건비가 낮고 수익률이 더 높은 곳을 찾아 기업과 개인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해외투자 규모가 단기간에 너무 급격히 늘어나고, 그것도 제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지난 2004년 79억달러, 2005년 90억달러로 100억달러 미만이었으나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 같은 해 185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1ㆍ4분기 39억달러, 2ㆍ4분기 64억달러로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로는 사상 최대인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걱정은 국내 제조업들의 해외 탈출이 러시를 이루는 반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은 날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투자액은 4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5%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33억6,000만달러로 31.6%나 감소했다. 국내 기업이 나간 자리를 해외 기업이 메우지 않는다면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조업이 성장하지 않고서는 경제활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조업 부진은 투자 부진과 일자리 감소 및 소득ㆍ소비 감퇴, 성장률 둔화 등 악순환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우리 경제가 수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을 지속해온 것은 바로 제조업이 활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투자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기업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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