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자증권제도의 효용

각 기업이 주식을 실물로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만 매년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는 주식발행에 따른 인쇄 등 발행회사의 직접관리 비용만 산정한 것으로 채권ㆍ양도성예금증서(CD) 등 전체 유가증권을 대상으로 유통과정 전체 비용을 계산하면 증권 실물발행으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은 훨씬 크다. 유가증권은 무형의 재산권을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정보기술(IT)과 증권예탁결제제도의 발달로 유형의 증권을 다시 무형화하는 것이 추세이다. 이미 영국ㆍ프랑스ㆍ덴마크ㆍ스웨덴 등에서는 주식ㆍ채권 등 모든 유가증권의 실물발행제도를 폐지하고 전자적 기록으로 대체해 발행과 유통을 전자화하는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1년 도입, 현재 채권에 대해 시행하고 있으며 오는 2009년부터 주식에 전면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채권등록제도를 시행해 이제 실물로 발행되는 채권은 거의 없어졌다. 전자증권제도는 증권을 발행ㆍ관리하는 후선업무(back-office)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거래비용과 결제위험을 줄여준다. 따라서 자본시장이 저비용ㆍ고효율 구조로 선진화돼 경쟁력이 강화된다. 또 모든 유가증권 거래의 전자화로 조세회피 목적의 음성거래가 차단돼 공정한 금융환경이 조성되고 사회적 투명성이 높아진다. 실례로 음성적 자금마련에 악용됐던 무기명채권의 할인업자는 이미 오래전에 관공서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회적으로도 증권관련 사고 신고 등 비용과 절차가 줄어들고 투자자는 증권 분실ㆍ도난 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발행기업은 실물증권 발행과 관련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이 높아지고 주주총회 개최 등 주식관련 사무의 간소화로 기업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증권제도의 도입이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 실물증권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법규와 제도를 전자증권에 맞게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실물증권 없이 계좌의 기재로 증권을 거래하고 권리를 행사하며 소유권이 보장된다는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 전체 증권에 대한 엄격한 권리 관리를 담당하는 공정한 전자등록기관의 역할과 이에 부합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증권예탁결제원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역사와 함께한 예탁결제제도 운영 경험을 토대로 조사와 연구를 거듭해 관련법 제정과 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다. 자본시장에서 필수적인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는 데 국가적 노력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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