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하고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의 해다. 영리하고 지혜가 많은 토끼와 같이 농어업 분야도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미리 굴을 세 개 파놓고 준비하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먼저 기상재해나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전한 굴을 파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온난화 정도가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 100년간 전세계 평균기온이 0.74도 상승했는데 우리는 1.7도 올라갔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곡물생산은 최대 10% 감소한다고 한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 대비한 농작물 생산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다행히 쌀은 안정적인 생산기반 유지로 특별한 재난이 없는 한 부족이나 가격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밀ㆍ콩ㆍ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가격상승인데 연초부터 가격상승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해 1,300만톤의 곡물을 수입했는데 금액으로 36억달러에 이른다. 수입곡물의 가격상승은 국내 원자재나 밀가루ㆍ빵 등 가공식품과 2ㆍ3차 관련 산업의 가격 인상요인이 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철저한 동향파악과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농어업 분야에서 성장동력의 굴을 파놓아야 한다. 농작물을 소재로 기능성 식품, 식ㆍ의약 성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선진국 추세다. 많은 선진국 지도자들이 녹색성장의 가능성도 농업에서 찾고 미래를 대비한다. 미국은 올해 농촌경제 활성화와 안전한 농식품 공급을 강조하고 있고 일본은 농산어촌 6차 산업화와 호별소득보상제도를, 중국은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중점 추진한다. 최근 우리도 누에 단백질을 이용해 인공고막과 인공뼈 등 인체조형물을 만들었는데 조만간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양산업이라 했던 잠업이 이제 최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희망의 굴을 파놓아야 한다. 국가가 어려울 때 농어민ㆍ농어촌ㆍ농어업을 중심으로 기사회생한 사례가 많다. 토끼의 해마다 경제도 토끼처럼 뛰었다. IMF 이후인 지난 1999년에는 10.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987년에는 12.3%, 1975년에는 7.3%로 고도 성장하는 시기였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국민의 영리함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토끼처럼 올해를 대비하자. '새로운 10년이 향후 100년을 좌우한다'는 모 기업 회장의 말과 같이 '교토삼굴'의 지혜로 2011년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