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부푼 꿈을 안고 활기차게 시작한 신묘년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올해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의 도래를 기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초로 800만명을 훌쩍 넘어 880만명을 돌파하는 호조를 보인 까닭이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최근 국내외 상황이 관광 산업에 결코 유리하게만 돌아가지는 않기에 매우 쉽지 않은 목표이며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는 세계 최고의 도전정신을 가진 한국인의 자세로 이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 양질의 관광 콘텐츠 육성하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란 어떤 의미일까. 그동안의 잣대로 보면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와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 수를 절대적으로 비교한다든지 외국인 관광객이 쓰는 국내 소비 액수에 일희일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명실공히 한국관광이 세계의 관광선진국의 반열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싶다. 그렇다면 관광 선진국이란 무엇일까.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국민의 국내외 관광 성향이 높고 관광 인구가 많은 나라, 특히 자국 내에서의 관광이 활발해 관광산업의 내수 기반이 튼튼한 나라이다. 우리 국민이 많이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관련 시설과 서비스가 확충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더 많은 외국인의 한국 관광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각계각층 사람들이 마음 놓고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는 양질의 관광 콘텐츠가 활발히 만들어지는 나라이다. 21세기 선진국은 고도화된 지식사회이기에 대량 생산과 노동효율성 등 제조업 중심의 전통 가치로는 더 이상 적응할 수 없다. 더욱이 관광처럼 체험을 파는 산업의 경우에는 급속도로 개인화, 스마트화되는 시장 환경에 부응하는 관광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양한 스토리텔링 등에 기초한 보다 창의적이고 기발하며 유쾌한 마인드가 요구되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눈 앞에 둔 우리는 과연 이런 사회에 얼마나 가까이 갔을까. 솔직히 따져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여유가 부족하다. 연간 일하는 시간이 2,25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지만, 아직도 쉬는 날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선진국에 비해 열세인 고용률이나 평균임금으로 인해 관광을 위한 경제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국민복지 차원에서 휴가에 접근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더욱이 한창 창의성을 키워나가야 할 청소년들은 모두 입시 전쟁에 몰리고 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는 실정이다. 이런 사회 현상을 해결하고 선진문화를 창조하는 데 관광은 일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시간에 쫓겨 업무에만 파묻힌 사람들부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일깨울 수 있도록 돌려보내주자. 밀린 잠이나 자고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소극적인 휴가가 아니라 진정 일을 벗어나 자기 계발하고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여유를 주자. 더불어 학원에만 매달리는 안쓰러운 학생들에게도 학원에서 배우는 이차방정식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진정한 인생의 방정식을 익힐 수 있도록 시간을 주자.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진 휴가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리프레시 여행(Refresh Leave)'이라는 국내여행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결국 이런 휴가문화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한국사회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리프레시 여행 활성화 해야 최근 직원들에게 장기휴가, 그리고 보다 알찬 휴가를 향유하도록 기업이 나서는 사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대기업 위주이나, 궁극적으로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폭넓게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얻을 사람들의 의식 변화, 사회적 안정, 내수시장 활성화 등의 효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우리 사회에 되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그동안 밤낮을 잊고 바쁘게 살았다.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 흐름 속에 형성된 사고의 틀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선 분명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하나 이제는 더욱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묵은 생각에서 벗어나 '여유'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회적 합의를 시도해야 할 때다. '빨리빨리' 문화로는 절대 승부할 수 없는 미래를 대처하는 데 관광산업이 일조하는 것이야말로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르는 1,000만 시대를 1년 앞당겨 이뤄내고자 하는 나의 여유롭지 못한 속내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