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연준 테이퍼링 착수] "신흥국 금융대란 재연 없을 것"

경제 펀더멘털 따라 탈동조화 심화 현상<br>인니·터키 출렁일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으로 신흥국이 받을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난 8·9월과 같은 금융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으며 경상수지 등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신흥국 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신흥국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달러 강세로 대다수 국가의 화폐 가치가 하락했지만 주식 및 국채시장은 혼조세를 보이는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한 후 화폐가치·주가·국채가격이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이번 연준의 결정이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작은 '젠틀 테이퍼링'이며 초저금리 역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테이퍼링이 예고된 악재로 신흥 각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금융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맨프릿 길 FICC(채권·환율·상품본부) 책임자는 "충격은 이전보다 작을 것이다. 다만 리스크를 배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채권 부문 투자책임자인 크리슈나 메마니는 "연준의 결정은 단순한 테이퍼링이지 긴축이 아니다. 이는 신흥국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신흥국 간 디커플링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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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후이 JP모건 아시아담당 수석 시장전략가는 "신흥국 자금 유출이 끔찍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디커플링은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C의 길 FICC 책임자도 "오늘(19일) 각국 금융시장의 반응은 향후 그 나라가 테이퍼링으로 받을 영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며 "터키 리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출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장중 1.1% 하락했으며 루피아화 가치도 장중 5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멕시코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날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오히려 0.3% 상승했다.

또 신흥국 금융자산 중에서도 주식보다는 채권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후이 시장전략가는 "그동안 연준이 풀었던 자금이 신흥국 주식보다는 채권으로 더 많이 흘러들어가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향후 신흥국에 대한 영향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리우스 코왈치크는 "미국 국채금리 추이가 테이퍼링으로 신흥국이 받을 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르덴셜채권투자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로버트 팁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3%를 하회하는 선에서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찾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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