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주식투자 죽 쑤고 납부율 뚝 글로벌 연기금 '벼랑끝 위기'

경기침체·증시폭락 악재에 휘청, 재원 고갈 우려속 불신감도 팽배<br>제도 손질·대체투자처 물색 불구 안정적 재원조달 없이는 고전 지속<br>믿음 줄 수있는 연금제도 개발등 가입자 신뢰 회복부터 나서야


글로벌 연기금 시장이 세계 경제를 강타한 잇단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연금 납부율 저하로 수익 악화에 시달려 온 주요 연기금들은 글로벌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마저 날려 버려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기 일보 직전이다. 다급해진 연기금들은 서둘러 제도를 손질해 돈이 새나가는 것을 막고 주식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험료 징수를 통한 안정적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연기금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위기의 글로벌 연기금 시장 = 연기금의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은 돈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 반면 돈을 쓸 데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 연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부채 위기로 촉발된 주가 폭락마저 겹쳤다. 일본 신용평가사인 R&I가 주요기업 13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 회계연도 상반기(2011년 4월~9월) 기업연금 수익률은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이들 기업들은 운용자금의 평균 20%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신흥국 연기금도 예외는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연금 펀드인 정부고용연금펀드(GEPF)는 전 세계 주식과 원자재 펀드에 투자했다가 2011년 회계연도 수익률이 지난해 비해 3.8%포인트나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수익률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경우 연기금은 장기적인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영국 보험사 프루덴셜은 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연금 납부를 중단한 사람들의 3분의1이 장기 실직으로 수입이 끊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재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자발적으로 연금 납부를 중단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도 연기금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영국연기금협회(NAPF)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65%는 연금 납부를 위해 소득을 저축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서 10%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젊은 층에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여윳돈이 생기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제도손질, 대체투자처 모색 안간힘=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되자 세계 각국 연기금은 수익 개선을 위해 제도 손질부터 대체 투자처 물색까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때문에 연금 운용에 비상이 걸린 일본 정부는 공무원이 가입한 공제연금을 직장인이 가입하고 있는 후생연금에 통합해 2018년까지 연금 제도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공제연금을 사실상 폐지키로 결정한 것은 공제연금이 후생연금에 비해 보험률은 낮으면서도 지급액은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후생연금 보험료율은 16.412%이지만 공제연금은 15.862%에 그친다. 또 일본 공무원들은 '직역 가산급부'라는 명목으로 소득수준과 가입기간이 비슷한 회사원보다 2만엔 정도 연금을 더 챙겨왔다. 일본 정부는 공제연금 보험률을 2018년도까지 18.3%로 인상하고 공제연금 직역 가산을 폐지해 공무원 연금액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는 전업주부에게 지급했던 기초연금제도를 일부 손질, 내년부터 전업 주부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험료를 받거나 전업주부 연금을 감액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기 위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알짜배기 투자처를 찾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 연금을 운용하는 마루베니상사는 올 하반기부터 주식투자비중을 줄이고 총자산의 7%를 신흥국 부동산에 투자할 예정이다. 세계최대 연기금인 일본정부연금투자펀드(GPIF)는 내년 3월부터 신흥시장 주식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로 했다. 또 퇴직연금인 401k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당분간 주식시장 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시장 투자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가 하면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는 보다 공격적으로 헤지펀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캘퍼스의 조셉 디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토론토에 설립될 브레톤 힐 캐피털에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캘퍼스가 기존 헤지펀드에 투자한 적은 있으나 헤지펀드 설립 단계에서 직접 종잣돈을 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그리 파트너스의 스타인 브루게 담당이사는 "캘퍼스의 투자 방침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연기금 투자의 또 다른 참조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신뢰 회복이 관건= 다만 전문가들은 연기금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가입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스티브 웹 영국 연금장관은 "연기금의 미래는 더 많은 보험료 징수에 달려 있다"며"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금 제도를 개발해야 의무 가입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을 둘러싼 외부 변수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연기금의 성패를 좌우할 4가지 요소로 ▦연기금 의무가입 ▦은퇴 연령 해제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로 연금 운용 방식 전환 ▦인플레이션 리스크 축소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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