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은 위빈의 어이없는 착각으로 끝난다. 원래는 반집을 다투는 박빙의 승부였다. 장쉬가 106으로 단수친 것은 필연. 이 수로 그냥 107의 자리에 연결하면 흑이 가에 젖혀서 흑승이다. 위빈이 107로 차단한 것도 필연. 여기서 후퇴하면 백승이다. 승부패가 났고 쌍방이 팻감을 순차적으로 이용하여 이제 흑이 팻감을 써야 할 차례가 되었는데 위빈은 좌변의 백을 차단할 의향으로 127이라는 팻감을 썼다. 이 수가 패착이 되었다. 장쉬는 노타임으로 103의 자리에 이어 패를 해소해 버렸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백승이 결정된 것이다. 계속해서 둔다면 참고도의 흑1 이하 백10까지로 흑의 파탄이다. 원래 실전의 흑127은 헛패였던 것이다. "착각만 안 하면 나도 천하에 두려울 게 없는데…." 이 말은 작고한 정창현 7단이 자주 하던 말이다. 그는 김인과 함께 정상을 다투던 강자였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착각으로 패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정창현의 말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착각을 한다는 것은 수읽기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반증일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불성실한 수읽기로 착점을 해서는 승부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위빈은 여기서 돌을 던지지 않았다. 30여수를 더 두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상태였다. 장쉬는 일단 본인방의 이름값을 해냈다. 그는 제2국에서 한국의 허영호를 꺾어 기염을 토했지만 제3국에서 중국의 왕레이에게 패하여 물러나게 된다. 그 해의 우승은 한국팀. 역사상 최약체로 평가 받은 한국팀이었으나 세계랭킹1위 이창호가 있었던 덕택에 가까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228수 이하 줄임 백불계승. (108,114,120,126…103의 위. 111,117,123,128…103.12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