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크라우드펀딩, 혁신의 촉매제

김경태 홍콩시립대 정보시스템학과 교수


김경태 홍콩시립대 교수


2012년 '페블'이라는 스마트워치 프로젝트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해 10만달러를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다. 결과는 1,000만달러를 훌쩍 넘는 대성공이었다. 제품은 상용화됐으며 벤처캐피털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았다. 가상현실 장비를 제작하는 오큘러스VR는 킥스타터에서 240만달러를 모은 후 페이스북에 23억달러에 팔렸다.


대중 참여때 아이디어·제품 좋아져

현재 온라인에서 많은 플랫폼이 아이디어 제안에서 제품 제작과 판매까지 혁신의 전 과정을 '대중의 지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불특정 다수가 혁신에 참여하면 아이디어는 좋아지고 제품도 혁신적이 된다는 논리에 기반을 뒀다. 이런 사례들은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하는 펀딩 수단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지난해 51억달러, 올해는 1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월드뱅크는 오는 2025년까지 개도국에서만도 연간 96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도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규모 스타트업과 벤처들은 은행 대출이나 정책자금을 통해 돈을 마련한다. 벤처캐피털 또는 엔젤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적 상황을 감안하면 크라우드펀딩은 여러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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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한국의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모바일서비스 이용률이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크라우드펀딩에 최적이다. 둘째,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은 빠른 자금회수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업 투자에 적극적이고 하드웨어 기업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크라우드펀더들은 이런 제약이 적다.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강한 국내 기업들에 크라우드펀딩이 보다 효과적인 이유다. 셋째,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거래이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이 없다. 국내에서도 해외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이처럼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하는 크라우드펀딩의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시장 메커니즘 기반 마련이다. 자금수요자와 크라우드펀더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현재 논의하고 있는 자금 수요자에 대한 정보제공뿐 아니라 크라우드펀더에 관한 정보도 어느 정도는 공유할 필요가 있다. 가령 크라우드펀더의 과거 투자이력과 전문성 등은 투자를 고민하는 예비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판단자료가 된다.

정보비대칭 해결 등 제도적 뒷받침을

투자에 대한 원활한 출구전략도 필수요소다. 투자한 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유동화 장치는 중요하다. 더불어 크라우드펀딩이 장기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크라우드펀딩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크라우드펀딩이 누구에게 더 효과적일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 펀딩채널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기업에 더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좀 더 많은 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은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롭고도 유용한 수단이다. 한국도 하루빨리 정책적·제도적으로 완비해 국내 벤처기업들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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