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로 열린우리당'된 여권의 통합신당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10일 합당을 선언했다. 오는 2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합당을 신고해 새로 탄생하는 범여 신당은 법률적으로는 민주신당에 열린우리당 전체가 흡수되는 ‘흡수합당’의 형태를 띠지만 정치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지분을 보장하고 정책노선을 계승하는 ‘당 대 당’ 통합의 형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과 합당, 탈당과 창당을 거듭해온 민주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민주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이유는 또 있다. 민주신당은 143석의 의석을 확보해 6개월 만에 다시 의석 129석의 한나라당을 제치고 원내 1당으로 복귀했지만 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한 의원 5명을 제외하면 모두 열린우리당 출신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실패한 열린우리당을 복원하는 데 동참할 이유가 없다”면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쏟아내는 데 동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미지를 탈색하지도 못하면서 반년이 넘도록 방황을 거듭해온 범여 신당은 한마디로 한국정치사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당명을 새로 바꿔 포장하고 시민사회 세력이 합류했다고 강변해도 네 차례에 걸친 탈당 행렬과 이합집산은 국민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정치행태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범여 신당이 급조된 것은 ‘반 한나라당’이라는 기치가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과 정책적 지향 등에서 적지않은 편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단지 연말 대선을 위해 마지못해 ‘헤쳐모여’식 정당이 이루어진다면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분배 등 정치적 이권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다시 흩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민주신당은 겉포장만 새로 해 국민을 속이지 말고 그동안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왜 집권해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비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반성도 없고 미래도 없는 민주신당은 국민의 신뢰는커녕 열린우리당만큼의 지지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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