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잠잠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해 경제운용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가의 상승은 불황 탈출의 신호탄이어서 급격히 떨어진 유가가 적정선으로 회복하면 수출 확대에 강한 동력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적인 유동성 과잉의 와중에 유가마저 고삐가 풀리면 인플레이션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 당장은 원ㆍ달러 환율이 내리막길에 있어 직접적인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지는 않지만 두바이유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 경제에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중반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다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때리자 30~40달러대로 추락했다. 유가 결정의 키를 세계 경기가 쥐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25%가량 오른 유가는 세계 경기의 회복 조짐을 반영한 것이어서 지속적 유가 상승은 한국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하는 계기가 된다. 당장 유가급등의 직접적 수혜를 입을 산유국 시장에 대한 한국 상품의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 경기회복은 수출 물량 증가뿐 아니라 수출단가 자체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 채산성도 나아질 것이라고 무역협회는 예상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정도로 오르면 약 6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추가로 발생하며 우리 경제성장률을 1.5%포인트 제고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물가 불안 요인인 유가 상승이 과도하면 인플레이션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유가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7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35.8%에 이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5.9%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배럴당 100달러를 우회하는 초고유가는 수출증대 효과보다 수입 확대를 더 조장해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한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할 당시에도 고유가는 원자재 수입증가율을 50~60%로 끌어올리며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 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 물가 불안을 부채질하며 경제에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을 예의주시하며 정책을 경제에 유리하도록 운용하는 한편 해외자원확보와 대체에너지 생산 및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실장은 “유가회복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약(藥)이 될 수 있지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독(毒)이 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