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공급일정 뒤틀리면 1~2년후 수급 불균형 사태 올수도

■건설업계 아파트 분양 줄줄이 포기<br>미분양 물량 털기도 버거워 산 땅 수백억 손해보며 넘겨<br>"위기 빠진 주택시장 살리려면 정책 불확실성 먼저 제거해야"

대형 건설사들이 하반기 아파트 분양을 잇따라 포기하면서 주택경기침체에 따른 공급 중단 사태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문객의 발길이 끊겨 텅빈 수도권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건설업체들이 올 하반기 분양계획을 잇따라 연기하거나 심지어 포기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택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1~2년 이후 주택시장에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수급 불균형' 상태가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4월 내놓은 '2010년 주택공급계획'을 보면 올해 주택공급계획은 수도권 26만5,000가구, 지방 13만6,000가구 등 전국에서 40만여가구(분양ㆍ임대주택 등 포함) 등이다. 이 가운데 신규 분양주택은 공공이 8만1,000가구, 민간에서는 20만7,000가구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간 주택업체들이 잇따라 분양을 연기하고 분양을 위해 받은 택지를 매각하는 상황에서는 주택공급 계획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한 대형 건설업체의 관계자는 "주택공급은 민간과 공공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앞서가고 나머지 한쪽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는 중장기적인 공급일정이 뒤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공포,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 연기=건설업계에서는 보통 연초에 한 해의 아파트 공급 계획을 내놓고 시장상황에 따라 일부 공급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는 한다. 하지만 업계는 올해처럼 주택공급 일정을 잡기가 힘든 때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시장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분양을 할 경우 상당수가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H건설의 한 관계자는"당초 올해 분양 계획은 12개 단지, 1만여가구에 달했지만 지금까지 3개 단지, 2,000가구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며 "남은 물량의 공급 타이밍을 잡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계획된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중인 한 중견건설업체는 올 들어 여러 차례 분양을 연기했지만 아직까지 향후 분양일정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안 넘기려고 하지만 모르는 일"이라며 "분양예정인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공택지, 계약해지 및 환매요구도 잇따라=신규 분양일정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2~3년 전 사들였던 땅을 포기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사들인 공공택지에 대한 계약해지 및 토지를 다시 사주는 '환매'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주택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 영종 하늘도시 등 신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중견 주택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택지를 사들일 당시에는 미분양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다"며 "지금은 주택사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택지를 넘기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들이 이미 사들인 땅을 포기할 경우 수십억~수백억원의 계약금을 떼이게 된다. 하지만 주택을 공급한 뒤 미분양이 발생하면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려에 '울며 겨자 먹기'로 땅을 넘기는 것이다. 땅은 쥐고 있는데 분양이 계속 연기되면서 금융기관에 내야 할 이자대금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분양을 연기하게 되면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져 그만큼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막상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미분양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정책 불확실성부터 제거해라=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먼저 제거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시장은 현재 주택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기준금리마저 인상돼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다 민간주택보다 저렴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앞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5만가구씩 쏟아질 예정이어서 주택공급 일정을 잡기 어렵다. 그나마 시장에 한줄기 단비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됐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중견 주택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불확실성은 시장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무엇보다도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이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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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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