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남아시아의 맹주' 인도, 주변국과의 외교는 '낙제점'


인도는 금융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로 전세계인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외교는 낙제점이다. 주변국들과의 관계는 ‘남아시아의 맹주’로 불리기가 민망할 정도다. 방글라데시를 제외한 다른 주변국들과는 끊임없이 마찰음을 내고 있다. 인도는 경제력이나 경제성장률에서 주변 국가들을 압도한다. 인도의 올해 성장률은 8.5%로 예상된다. 네팔과 미얀마 경제 성장률은 인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파키스탄은 4%에 불과하다. 26년간의 내전을 끝낸 스리랑카와 군사정권이 종식된 방글라데시는 경제 재건에 주력하면서 그나마 6%의 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주변국들과 ‘물과 기름’같은 관계다. 인도의 주변국에 대한 수출은 인도 전체 수출의 5%에 불과하다. 경제 교류가 없다 보니 주변국들과의 인적 교류도 부진하다. 교류가 적다 보니 통신 사용량도 극히 미미하다. 히말라야의 산악국 네팔과의 관계 악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 3,000만의 소국 네팔은 지난 수 십년간 인도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놓여 있었다. 인도는 네팔의 정치ㆍ경제에 깊숙하게 관여했으며, 네팔 주재 인도 대사는 국왕 다음 가는 ‘왕국의 2인자’ 역할을 했다. 실제 네팔의 수출 상품의 60%가 인도로 향하고 있으며 화폐인 ‘네팔 루피’는 ‘인도 루피’에 1.6대 1의 교환 비율로 묶여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정치 불안 속에 왕정마저 붕괴되자 네팔과 인도와의 관계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산당을 이끌고 있으며 유력한 총리 후보로 뽑히는 프라찬다(본명 푸시카 카말 다할)는 대놓고 인도 정부에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을 정도다. 네팔은 지난 2008년 공산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240년간 지속된 왕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양국의 경제 성장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적지 않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취약한 네팔 경제는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릴 때마다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인도로서는 네팔의 정치 불안이 큰 골치거리다. 인도는 특히 네팔의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잔뜩 경계하고 있다. 인도 내무부는 네팔 마오주의자들이 최근 인도에서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마오주의자들과 연결돼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인도와 네팔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과는 달리 네팔과 중국은 아주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히말라야를 관통하는 고속도를 건설하고 있으며 발전소를 지어줬다. 네팔 국경과 가까운 시짱(西藏)자치구 르카쩌에는 공항 건설이 한창이다. 네팔은 인도로서는 전략적 요충지다. 네팔을 잃게 되면 인도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는 얘기다. 인도의 퇴역 장군인 애스혹 머타는 “어느 날 중국이 네팔 영토 내 히말라야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면 인도가 핵무기를 더 늘리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남쪽 스리랑카와의 관계 또한 서먹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도의 핍박을 받아온 스리랑카는 인도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인도는 남부 타밀나두주의 관리들을 통해 스리랑카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타밀나두는 스리랑카의 소수 민족으로 치열한 분리 독립 전쟁을 벌인바 있는 타밀족과 동일한 민족이어서 타밀나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가 스리랑카를 끌어 안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이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억 달러를 투자, 스리랑카의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그뿐 아니다. 중국은 스리랑카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공항, 도로 등 기간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 남쪽 끝 항구도시 함반토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며 인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도 씽크탱크인 정치연구센터(CPR)의 브라마 첼라니 교수는 “스리랑카와 중국이 가까워질수록 인도로서는 손해”라고 우려했다. 파키스탄과의 관계는 가장 껄끄럽다. 독립과정에서 틀어진 인도와 파키스탄은 그 동안 3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최근 화해 무드가 무르익고 있지만 카슈미르 국경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양국 무역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10년 전 양국 무역규모는 연간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제는 20억 달러 정도까지 증가했지만 양국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중국과 인도의 교역량이 올해 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그나마 인도와의 관계가 가장 좋은 나라가 방글라데시다. 방글라데시는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지만 다른 이슬람국가에 비해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는 않다. 반면 벵골이라는 공통의 역사를 소유하고 있다.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집권한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니사 총리는 인도를 우방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히말라야의 운둔 왕국, 부탄도 인도와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인도가 경제 재건을 위해 10억 달러를 원조하는 등 역사상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맘모한 싱 인도 총리는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싱 총리는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면서 “이는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 외무장관인 니루파마 라오는 “주변국들은 인도 경제의 고속 성장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면서 “인도의 빠른 성장은 주변국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투자와 기술 습득, 사업 기회가 되는 동시에 수출시장이기도 하다”며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숙명의 라이벌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샤히드 자베드 버키 전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은 이제 인도와의 경쟁 관계를 협력관계로 바꿔야 한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남아시아의 앵커 핵심 경제권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양국 간에는 정보기술(IT), 에너지, 농업 등 협력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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