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일] 사명 바꾸면 과거도 바뀐다?

최근 회사 이름을 바꾸는 코스닥 종목이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상호를 변경한 코스닥 상장사는 무려 45개. 특히 코스닥 업체 243개가 주주총회를 열었던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에만 15개사가 이름을 바꿨다. 사명을 바꾸는 것은 큰 모험이다. 투자자에게 익숙했던 이름을 버리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닐 뿐더러 새로운 이름이 이전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명을 바꾸는 것은 주력 사업이나 지배구조가 바뀌는 등 경영상 혁신적인 변화가 발생했을 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사명을 바꿀 때도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이름을 최대한 살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태화일렉트론은 영문 약자인 티이씨(TEC)로 바꿨고 지오텔은 주력 제품명인 엑스로드로, 엔터원은 교육업체로의 변신을 내세우고 팍스메듀로, 블루코드테크놀로지가 KTF뮤직으로 바꾼 것이 이런 경우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명 변경은 이 같은 흐름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마치 ‘과거와의 단절’이 이름을 바꾸는 주된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사명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종전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도 모호하기만 하다. 가로수닷컴이 에스지엔지, 화인에이티씨는 다르앤코, 에스에이치텍은 베리앤모어, 골든프레임네트웍스는 케이엔에스홀딩스, 이스타비가 다휘, 에스켐이 에스티큐브로 각각 이름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유한NHS 등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잦은 사명 변경으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유한NHS는 에이치원바이오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2001년 드림원으로 상장한 이래 회사명을 바꾼 것이 이번이 4번째다. 호비지수는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지난달 21일 세 번째로 이름을 바꿔 에스피코프가 됐으며 도너츠미디어도 지난 2006년 6월 이후 1년 반 동안 세 번이나 상호를 변경해 워크원더스로 간판을 바꿨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사명을 바꿨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사명을 바꾼다고 이를 그대로 믿는 투자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