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생활 속 경제] 경쟁과 소비자 복지

'경쟁' 보호땐 소비자 복지도 높아져<br>'경쟁'아닌 '경쟁자' 보호는 자원배분 효율성 떨어뜨려<br>공정거래 명분 가격할인 단속은 경쟁행위 제한 하는격


서울 마포에 있는 어떤 참치 음식점에서는 참치를 다 먹고 나면 접시를 다시 채워준다. 한 이동통신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면 값비싼 휴대폰을 거의 공짜로 준다. 그런데 한 이동통신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정부가 행위 제한을 하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에서는 고객 운송용 셔틀버스를 운행하려 한다. 어떤 판매자는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파는 약탈적 행위를 한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경쟁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경쟁이란 무엇인가. 정부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법률이나 규제는 ‘경쟁’을 보호하는가 아니면 ‘경쟁자’를 보호하는가. 참치 음식점에서 참치를 다시 채워주는 것은 추가적인 고객을 유치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경쟁 행위다. 이익이 비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번다면 다른 음식점들도 그렇게 할 것이므로 추가적 이윤은 사라질 것이다. 한 이동통신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면 값비싼 휴대폰을 거의 공짜로 주는 것도 추가적인 고객을 유치해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한 경쟁 행위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려는 것 역시 돈을 더 벌기 위한 경쟁 행위다. 경쟁은 거래 상대방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를 이기려는 대항적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참치를 다시 채워주고 휴대폰을 거의 공짜로 주는 행위, 셔틀버스로 잠재적 고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은 다른 사업자보다 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이윤을 증가시키려는 경쟁 행위며 이로 인해 소비자 복지도 높아진다. 그런데 경쟁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넓고 깊으며 대부분 부정적이다. 왜 그럴까. 동물사회의 경쟁과 인간사회의 경쟁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동물사회의 생물학적 경쟁은 먹이를 둘러싼 적자생존의 투쟁이며 패자는 곧바로 폐기된다. 목숨을 건 공격과 방어의 싸움이다. 그러므로 동물사회에서의 경쟁은 영합(零合ㆍzero sum)의 게임이다. 승자가 얻은 몫과 패자가 잃은 몫을 합하면 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교환과 분업을 바탕으로 한 인간사회의 경쟁은 상호의존적이며 사회구성원들을 협동으로 유도한다. 공격과 방어의 싸움이 아니다. 경쟁에서 패한 자는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차지하려고 의도했던 최선의 위치로부터 차선이나 차차선 등 자신에게 더 적합한 위치로 배치된다. 즉 경쟁으로 희소한 자원이 적재적소에 배분된다. 따라서 양합(陽合ㆍpositive sum)의 게임이며 사회적 협동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동물세계의 경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글’이 아니다. 만일 인간사회의 경쟁이 양합의 게임이 아니라면 오늘날의 풍요함은 없었을 것이다. 경쟁에 대해 오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쟁’과 ‘경쟁자’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X기업이 원가 이하로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려는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즉 X기업이 생산비보다 낮은 약탈적 가격 할인으로 경쟁자들을 축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약탈적 가격 할인을 하는 목적은 다른 경쟁자들이 모두 시장에서 퇴출된 다음 가격을 올려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함은 물론 향후 이익을 크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자들을 몰아내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그동안 감수해야 할 손실을 장차 만회할 수 있을 만큼 시장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지, 가격을 올렸을 때 퇴출된 기업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등 사실상 약탈적 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매우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가격을 깎아 파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단속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과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혀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효율적인 기업들이 책정한 낮은 가격에서는 비용도 건지지 못해 손해볼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 기업들이 공정거래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정부에 최저가격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부는 ‘경쟁 그 자체’를 보호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소비자 복지를 높이기보다는 비효율적인 ‘경쟁자’를 보호함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소비자 복지를 낮춘다. 그러므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결과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덤핑은 이른바 국제판 약탈적 가격 할인이다. 그러나 약탈적 가격 할인은 국제시장에서도 불가능하다. 미국의 반덤핑 관련 법은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미국 기업을 공정거래라는 이름 아래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조지메이슨대의 로버츠(Roberts) 교수는 세계 무역의 역사에서 덤핑으로 외국 시장에서 그 나라 기업을 모두 몰아낸 다음 가격을 올린 예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는 경쟁의 형태는 경제학자들도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실로 다양하다. 경쟁을 통해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행위를 제한한다면 경쟁이 이뤄질 수 없고 그 결과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소비자 복지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용어해설 경쟁: 거래 상대방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를 이기려는 대항적 행위. 양합(陽合) 게임: 경쟁이나 다툼으로 서로가 이익을 보는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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