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포털 사이트 ‘야후’. 2000년 11월 프랑스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랐다. “나치 관련 상품을 야후 사이트에서 경매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프랑스 사법부의 판결은 “유죄”. 야후가 프랑스 인터넷 사용자들이 나치 상품 경매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자유의 공간 인터넷의 세계에서 비민주적 ‘검열’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필요한 일일까. 나치 관련 상품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를 옹호하는 발언들, 혹은 2차 세계 대전 기간에 벌어진 유태인 대학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이나 역사관이라면 결론은 더욱 어려워진다. 클릭 하나만으로 전 세계 수십만명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메일로 뿌릴 수 있는 시대에 인터넷에서의 언론의 자유 문제 또한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sㆍRSF)’의 창설자 로베르 메나르(Robert Menard)의 입장은 단호하다. “언론의 자유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불유쾌한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는 견해나 의견에도 적용해야 한다.”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을 표현할 권리란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유명한 볼테르의 경구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선동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싸우는 저널리스트’엔 1985년 자신이 창설한 조직 ‘국경 없는 기자회’의 20여년 기간 동안의 활동상이 담겼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탄압과 구금,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언론인들을 구출하거나 지원하고 동시에 세계 각국의 언론 탄압과 규제를 감시ㆍ고발하는 국제적인 비정부조직(NGO).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이 조직을 위해 전 세계 130개국의 특파원과 조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창설 당시에는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뉴스나 언론 보도에서 소외된 지역 소식을 전하는 이른바 ‘대안언론’으로 출발했지만 20여년 활동 기간동안 세계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주로 제3세계 언론 탄압 사건을 보도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아시아ㆍ남미ㆍ아프리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 기자들을 돕고 자유의 약탈자들을 세계 언론의 도마 위에 올려 심판한다. 튀니지 독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단식 농성하는 기자 벤 브릭을 지원하고 구소련 시절 KGB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기자 세르게이 쿠즈네초프를 감옥해서 구출한 무용담이 책 속에 펼쳐진다. 천안문 사태 때는 중국의 언론 통제와 검열을 뚫기 위해 중국 근해에 배를 띄워 라디오 방송을 내보냈다. 방글라데시에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당하는 여성 언론인 탈리스마 나스린을 돕는다. 그녀가 쓴 다소 선정적인 글들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국경 없는 기자회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지원 의지를 굽힐 수 없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국경 없는 기자회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신(新)나치를 표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것이냐, 혹은 이른바 프레스 카드를 소유한 기자들과 1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저널리스트를 구분할 것이냐 등의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인터넷 밖의 세상에서도 그러하듯이 인터넷 상에서 통제권이나 지배권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그러한 원칙은 언론의 자유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언론의 자유가 위험하다 할 지라도 그 동기가 어떠하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민주주의의 위험을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 또는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