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30일] 여야, 추석민심에 데일라

“요즘 여당 정책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가 한나라당 중진 의원에게 이렇게 묻자 “명색이 과반(의석의) 여당인데 추석 전에 민생정책 챙겼다고 체면치레는 해야지”라고 답변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의 한 전략 전문가에게 “민주당이 요즘 점점 더 강경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추석 때 다들 고향에 내려가 친지들하고 정치 얘기 할 텐데 ‘야당이 여당 앞에 맥을 못 추더라’는 얘기가 나와서는 안 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야 정치권이 요즘 너무 숨 가쁘다.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가라앉기가 무섭게 세제 완화니, 신도시 대책이니 하며 설익은 정책들을 터뜨리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ㆍ여당의 방송장악 음모니, 공기업 낙하산 인사니, 신(新)공안정국이니 하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같은 의제들을 보면 여야가 애초부터 대화와 타협보다는 싸움거리를 찾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가 이처럼 대결구도로 정국을 몰아가는 것은 추석을 전후로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는 수도권과 지방 민심이 만나는 접점이다. 추석 때는 전국의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과 연령ㆍ계층을 아우르는 여론이 형성된다. 추석 민심은 다음해 설 연휴까지의 정국 구도를 좌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정부ㆍ여당은 추석 이전에 대대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놓아 여론을 달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야당도 추석 전에 여당과의 화끈한 싸움을 벌여야 명절 잔칫상의 화젯거리로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 여당은 추석 민심을 겨냥해 조급하게 정책을 내놓다 보니 연일 청와대ㆍ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야당은 정치적 이슈를 앞세우고 대여투쟁에 나설 태세이지만 하루 벌어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국민의 요구는 소박하다. 정책의 양이나 질을 떠나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는 모습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 같은 국민적 여망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무한대결로 치닫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놓고 입 바른 소리를 하더라도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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