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경제프리즘] 부시2기의 지구촌 새판짜기


20일 집권 2기를 공식 시작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누가 그를 말릴까. 유럽의 원로 3명이 나섰다. “독주는 그만,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하오.”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대통령을 비롯 3명의 유럽 지도자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와 관련한 5개 충고 사항을 편지로 보낸 게 얼마전이다. 이들은 재 출발하는 부시에게 다자간 협력의 당위성과 효율성을 타일렀다. 앞으로 4년 부시가 유연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지만 그럴 만 한 뚜렷한 단서는 드러난 게 별로 없다. 오히려 미국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미국판 ‘보수 꼴통’ 네오콘들이 최근 인사에서 부시 주변에 더 두텁게 포진한 게 걱정이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신 세계질서다. 네오콘의 좌장격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군사적 측면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대량 살상무기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은 그의 선제 공격론의 우선 대상국이다. 이들 안보 위협 국들과 함께 네오콘들이 미국의 세계패권구도에 걸림돌로 꼽고 있는 또 한 그룹의 국가군(群)에 눈길이 간다. 러시아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이다. 이들 나라는 잠재적 라이벌 국으로 이를 테면 경제적 개념의 주적이다. 선제 공격론이 안보 위협국들에 대한 전략이라면 잠재적 라이벌 국가들에게는 미국을 자극하는 보다 큰 역할을 맡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비록 안보위협국이 아니라도 미국에 맞서는 세력의 부상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이들에게는 유엔도 재편 대상이며 국제협약으로 미국의 발목이 붙잡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전(反戰) 현실주의자인 브레진스키도, 키신저의 세력 균형론도 그저 구시대의 정치가, 낡은 이론일 뿐이다. 이 같은 세계관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미 집권 세력의 대외 정책은 그러나 별로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패권적 정책이 반복되면 될수록 세계는 미국이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9.11 테러는 미국 주도 대테러전의 정당성을 정치적으로 잠시 보장해주는 듯 했지만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끌어 내렸다. 집권 초기 쿄토 의정서 탈퇴 논란에서 출발한 부시의 계속되는 일방주의에 온 세계가 지쳐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는 돌이키기 쉽지 않은 반미의 정서가 퍼지고 있다. 게다가 국내 문제 자체만으로도 미국은 지금처럼 큰 소리 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스스로 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의 나라 빚의 경우만 보더라도 당장 다른 나라들의 협력을 끌어내야 할 처지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빅 브라더’로 행세하려 하지만 중국 등 미국을 견제하는 ‘NO 2’ 연합 그룹의 파워는 이미 냉전시대 구소련의 힘을 능가할 만큼 축적돼가 있다. 과거 적이 소련 한 나라였다면 이제 미국이 상대해야 할 대상은 다극 체제, 일방주의가 이대로 이어질 경우 미국 이외 다른 모든 나라가 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AP통신은 부시가 많은 별명으로 야유 받지만 그를 ‘겁이 많다’라고 말하는 정적들은 거의 없다고 칭찬인지 냉소인지 모를 보도를 했다. 재미있는 지적이다. 집권 2기를 공식 출범하는 부시가 언제까지 겁 없는 정책으로 세계를 피곤하게 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겁 없음이 세계 지도자로서 그의 편협하고 무지한 사고(思考)의 결과라는 것이 결정적으로 판명되는 순간 미국은 전세계로부터 걷잡을 수 없는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신물이 난 국제 사회가 왜 새로운 질서를 입에 담는 지를 새출발하는 부시 대통령이 모처럼 현명하게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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