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기둔화가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1월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7%의 탄탄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수출 호조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1일부터 20일 현재까지의 지역별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각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각각 3.3%와 5.0%에 그쳤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0월 27.8%, 11월 23.4%, 12월 18.0%에서 매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 오정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반제품 등을 수입·가공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최근 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 경기침체의 여파가 대중 수출에도 나타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세계 경기 판도의 변화를 알려주는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20일까지의 잠정집계 수치인 만큼 이 같은 현상을 추세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원유가 급등으로 수입액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최대 수출국에서 엿보이는 수출경기둔화 조짐은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및 경제 전반에 적잖은 위협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가 실제 추세로 나타난다면 올해 수출경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며 “수출 둔화에 대비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도 고유가로 인한 수입액 급증보다 수출환경 악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오 진흥관은 “글로벌 유동성이 원자재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경기활황 때문이 아닌 투기적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