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관련 공기업이 내년 임원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해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의 재원으로 사용한다.
공기업 임원 보수가 과도하다는 세간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지난 6일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임금 및 성과급 반납 문제를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한국전력·가스공사·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지역난방공사·석탄공사 등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차관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면서 내년 비노조원의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전액을 반납한 후 이를 오는 2015년부터 도입할 에너지 바우처의 재원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가스·등유 등을 통합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쿠폰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부의 현물보조에 해당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19일 에너지 바우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지원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임금 인상분 및 성과급 반납 대상에는 에너지 공기업의 비노조원인 임원과 부장급 이상 간부가 해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큰 공기업의 경우 과장급도 비노조원인 경우가 있어 반납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임금 인상분의 경우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1.7%인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도 이 기준을 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성과급은 내년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에너지 공기업 내부적으로는 임원을 포함한 간부들의 내년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전액 반납할 경우 한전 등 대형 공기업은 20억~30억원, 작은 공기업은 수억원의 재원이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성과급은 적게는 기본급 대비 100%, 많게는 200%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원인 일반직원의 경우 단체협약 등으로 임금인상분 및 성과급 반납을 강제할 수 없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대형 공기업의 경우 임원 수가 많은데다 과장급도 반납 대상인 경우가 적지 않아 반납 규모가 1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에너지 바우처는 기본적으로 정부 재원으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공기업의 성과급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의식해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저소득층을 돕는 데 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산업부가 지난주 말 급하게 에너지 공기업들을 불러모아 여론을 무마할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조만간 공기업 사장들과 추가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한 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