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벌거벗은 그녀가 도시를 헤맨 이유

사진작가 김미루 첫 국내 개인전<br>갤러리현대 강남점서 다음달 13일까지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사진작가 김미루

김미루 '디트로이트 미시건 극장'

벌거벗은 그녀가 한밤중에 맨해튼 다리 위로 올라가 새벽까지 덜덜 떨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디트로이트의 버려진 공장지대부터 파리시내 지하의 공동 무덤인 카타콤까지 알몸으로 헤맨 것은 무엇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젊은 작가 김미루(28)가 ‘나도(裸都)의 우수(憂愁)’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의 전시장 1층부터 지하 1층까지 채운 50여 작품들은 황폐한 도시에 벌거벗은 그녀가 등장한다. 알몸인 자신을 사진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예의 규범, 특히 사회적 지위가 있는 정숙한 젊은 여성이 지켜야 할 그것을 무시한” 행동이라고 미술평론가인 리차드 바인 ‘아트인아메리카’ 편집장은 얘기했다. 게다가 그녀의 부친이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라는 배경까지 겹치면 ‘대체 무슨 깊은 뜻이냐’라는 의문은 더욱 커진다. “황폐화 되어버린 공허한 도시에 그래도 살아남아 있는 생명체로서 나를 담았어요. 스케치의 대상으로 키우던 쥐가 강한 난방으로 죽고난 뒤 도시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해, 도시 속에서 잊혀진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됐어요. 그래서 도시나 산업 시설 속 출입 금지 지역이나 한때는 휘황찬란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고 죽어버린 그런 곳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어요.” 미국과 유럽 등지에는 이처럼 도시의 제한구역에 대한 탐험을 즐기는 ‘도시탐험가(Urban Explorer)’들이 암암리에 존재한다. “수십년 방치된 곳에 들어갈 때는 시간을 거슬러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라 마치 도시의 고고학자가 된 듯하다”고 말한다. 나신(裸身)을 담아냈다고 해서 에로티시즘적인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작품 속 그녀는 섹시한 여인이라기 보다는 생명을 간직한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일 뿐이다. 100m 높이의 교각에서 2시간 동안 매달렸을 때, 숨을 거둔 지 천년도 넘은 뼈 더미 위에 누웠을 때. 더럽고 위험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대한 도심 속 유구한 시간 속에서 홀로 숨쉬는 자신을 느낄 뿐이었고 감각적으로 앵글을 잡고 본능적으로 포즈를 취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 이어 올해 5월부터는 국내에서 작업 중이다. 모래내, 금호동, 애오개 등 재개발 지역의 철거 직전의 집을 배경으로 새벽 이슬을 맞아며 지붕에 올라가고 담벼락에 걸터 앉기도 했다. 영화 ‘괴물’에도 등장한 한강 다리 아래 하수도도 헤집고 다녔다. 그는 “판자촌과 달동네를 찾아다녔는데 재개발이 너무 빨리 진행되다 보니 오래 방치된 건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플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5년부터 지금의 사진작업을 시작했고 2007년 뉴욕타임즈에 소개되면서 국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총 5개 에디션 중 첫 번째 에디션의 판매수익금은 도시화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전시장 작품 옆에는 촬영지의 역사성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붙어 있으니 챙겨보면 작품을 공감하는 데 유익하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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