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4일] LG의 딜레마

[기자의 눈/10월 14일] LG의 딜레마 홍재원기자 산업부기자 jwhong@sed.co.kr LG그룹이 난처한 상황이다. 정부의 암묵적 요청에 따라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시장에 대량으로 푼 상황에서 LG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투기적인 거래를 하는 자와 대기업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사실상 수출 대기업을 지목해 달러화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어 다음날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달러가 귀해지니까 일부 기업 등에서 자꾸 사재기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대기업들이 즉각 반응했다. 9일 삼성전자가 1억달러 이상을, 10일 현대차와 포스코가 각각 1억달러를 시장에 내놓았다. 포스코는 13일에도 1억달러를 추가로 매도했다. 하지만 LG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내수 위주의 SK를 제외하면 LG는 5대 그룹 중 달러화를 시중에 유통시키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13일 "달러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2ㆍ4분기 말 현재 본사 기준 약 8,000억원, 글로벌 기준 1조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원재료 가격 결제와 만약을 위한 최소한의 달러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보유한 잉여 달러화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LG 측은 "우리도 달러를 내놓고 싶지만 물량이 없다"며 "다른 기업들과 비교될 수 있는데다 정부가 '오해'할 수도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압박' 탓에 LG의 보유 달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신호가 시장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는 유럽과 남미 등에서 판매실적이 뛰어나 결제통화가 다양하게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출 중심인 LG가 외화 보유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정부가 금융위기를 해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개별 기업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무작정 불특정한 기업을 향해 다그치면 정상적으로 달러를 운용하는 기업이 뜻하지 않게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원하는 결과는 아닐 것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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