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은행·증권·카드 넘나드는 복합상품 봇물

우리銀 AMA통장, 일정액 넘으면 CMA 자동이체<br>신한 세이프연동예금, 주가 5%오르면 연수익 9%<br>하나銀 빅팟카드, 은행수수료 면제·추가금리 제공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 근무하는 김영수씨는 이제 컨버전스 바람이 IT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이달 초 고금리 복합예금 상품에 가입한 게 그 계기였다. 이 상품은 잔고가 고객이 선택한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5% 중반의 고금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체된다. 또 잔고가 떨어져 결제금액이 부족하면 CMA 잔고가 자동으로 예금상품으로 다시 이체된다. 이처럼 최근 금융회사들이 과거보다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소비자들을 위해 여러 금융 영역을 넘나들며 장점을 모아 하나로 합친 ‘컨버전스(복합)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ELD, 소비자 취향 변화 빠르게 대응=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지수연동예금(ELD)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단순히 은행과 증권 상품을 합쳐놓은 것이 아니라 추가 금리나 패키지 서비스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달 28일까지 1,500억원 한도로 판매하는 ‘세이프 지수연동예금’이 대표적인 상품. 이 상품은 KOSPI200 지수가 5%만 올라도 연 9%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조기 상환형 예금 상품이다. 가입범위 내에서 연 6.6%(예금형)와 연 6.8%(CD형)의 정기예금에 가입할 수 있는 ‘덤’을 주는 복합예금이다. 이밖에 외환은행이 이달 29일까지 판매하는 ‘e-좋은 정기예금’은 ELD 가입 때 동시에 가입하는 1년짜리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6.8%다. 유진용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국내 지수가 조금만 상승하더라도 연 9%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원금 보장’이라는 기본 특징과 하락위험 회피를 위한 조기 상환형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보수적인 투자자와 공격적인 투자자 모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역발상 아이디어’로 고객 잡기...CMA·AMA통장=은행의 수시 입출식 예금과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를 합친 CMA통장이나 AMA통장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콕 집어낸 상품이다. 무엇보다도 ‘역발상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내놓은 ‘우리AMA통장’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38만4,361계좌에 5,456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통장은 기본 계좌와 연 4.0~5.3%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식예금 계좌 등 2개 계좌를 하나로 연결했다. 기준금액인 1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기본 계좌인 일반저축예금 계좌에서 수시입출금식예금 계좌로 자동이체해 이자를 지급하고(스윙서비스) 신용카드 결제 등 지급 요청이 있으면 모계좌로 역이체 되는(역스윙 서비스) 방식이다. 보통예금계좌와 하나대투증권의 CMA를 연계한 하나은행의 ‘빅팟’ 통장의 경우 지난 3월말 현재 25만 계좌를 넘어섰다. 이 상품은 연 5.0~5.2%의 금리와 은행의 편리한 지급결제 기능, 증권사를 방문하지 않고 은행에서 CMA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춘 복합금융상품이다. 기업은행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지난 3월말 현재 36만7,344계좌에 2,966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 통장은 잔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연 4~5% 금리를 제공하고, 그 이하이면 고시이율을 적용하는 상품.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다른 계좌로 이체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은행 상품과 달리 가상 계좌를 이용해 같은 계좌 안에서 스윙과 역스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국민은행이 선보인 ‘KB스타트 통장’은 평균 잔액 100만원 이하 금액에 연 4% 금리를 적용하고, 100만원 초과 금액에는 연 0.1%의 이자만 준다. 20·30대 젊은 층 요구불 통장 평균 잔액이 40만원 내외로 예금거래가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카드·보험도 컨버전스 바람=카드와 보험 분야에서도 컨버전스 바람이 거세다. 컨버전스 금융상품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카드다. 하나은행은 은행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금리를 더 주는 ‘빅팟카드’를 선보였다. 하나금융은 또 은행 증권 보험 등 그룹 내 금융거래 실적과 OK캐쉬백 포인트를 통합해 은행 거래와 물품 구매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하나 캐시백’ 제도를 시행 중이다. 외환은행의 ‘예스오일백카드’도 SK주유소, 주요 할인마트, 이동통신요금 등의 5%를 OK캐쉬백 포인트로 적립하고 이 중 최대 2만5,000원까지 고객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해 준다. 현대카드는 지난 2월 병원, 약국, 학원 등에서 할인이 되는 현대카드H를 출시했다. 전국의 모든 병원과 약국, 학원에서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5~10% 내외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도 컨버전스 상품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질병·상해보험에서부터 자동차보험까지 본인 사정에 맞는 모든 위험을 묶어 종합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손해보험사의 통합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암 심근경색 등 치명적 질병을 보장하는 CI(치명적질병)보험을 종신보험과 결합해 선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변액·종신·CI보험을 결합한 ‘러브에이지 프리미어 변액CI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투자 실적이 좋으면 보험료를 깎아 준다. 기존 변액종신보험이 투자 실적이 좋으면 사망보험금만 늘어나게 설계돼 투자수익으로 인한 혜택을 살아 있을 때에는 받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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