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나는 최회장 선택 아냐<br>전산 사고 희생양 느낌

■ 두 당사자에 들어본 농협 사태 전말<br>신동규 회장 심야 인터뷰서 소회 밝혀

15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해 파장을 일으킨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6월 취임식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서울경제DB

신동규(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의견을 밝혔던 15일 늦은 밤. 저녁 자리에서 얼큰하게 술이 취해 귀가하는 신 회장을 자택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울경제신문이 만났다. 신 회장은 기자를 발견하자 마자 "나갈 사람을 뭐 하러 찾아왔느냐"고 말하면서도 아파트 상가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소주폭탄주를 마시며 2시간이 넘게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신 회장은 사퇴를 결심하게 된 시점을 지난 4월 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협중앙회의 월례이사회가 열렸던 자리였는데 모든 게 시나리오에 맞춰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올해 3월 전산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졌는데 나를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 회장의 이번 사퇴 결정이 전산 사태와 관련한 희생양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IT사업 부문의) 실질적인 책임은 농협중앙회에 있지만 내가 상징성이 크니까 내가 총대를 메고 나가는 분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결국 신 회장은 이사회 직후였던 이달 초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공식적인 사퇴 발표 일정도 중앙회와 함께 조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임 이후 회장추천위원회 일정 등 후임 인선까지 약 3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15일을 사퇴 발표일로 하기로 중앙회 측과도 이미 얘기가 된 상태에서 발표가 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과 갈등설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금융지주 회장에 선출됐을 때부터 나는 최 회장의 초이스(선택)가 아니었다"며 "그때부터 최 회장과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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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신 회장은 "농협은 외부인이 와서는 적응할 수 없는 구조"라며 "차라리 신충식 행장이 계속 회장을 겸직했더라면 잘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신 회장과 동반 사퇴의사를 표명한 일부 임원들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나의 사퇴를 기화로 해서 농협 내부의 인적 쇄신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신 회장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농협중앙회 및 농협금융지주 내 일부 임원들의 경우 일부는 사직서가 반려됐고 일부는 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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