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내년 예산안이 올해와 큰 차이가 없는 ‘중립적’ 예산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복지 예산을 늘려 자칫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내년 예산의 재정적자 규모, 관리대상수지, 지출증가율 등을 보면 올해와 거의 같다”며 “내년 예산은 올해 예산과 비교할 때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는 경기가 완만하게 내려가 당장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시점은 아니다”면서 “내년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지면 지금의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중립적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내년 연구개발(R&D), 사회복지ㆍ보건 분야의 예산 증가율이 각각 10.5%, 10.4%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성장과 복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최근 수년간 국내 경제 성장률이 세계 평균 성장률을 밑돌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R&D 투자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그러나 “R&D 투자 예산 증가율은 10%를 웃돌지만 절대 금액이 10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부문에 비해 좀더 투자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사회복지ㆍ보건 분야의 가파른 예산 증가에 대해 “사회복지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렸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에 따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요즘처럼 저성장 기조에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계속될 경우 사회복지 관련 예산의 급격한 증가는 오히려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일회성 지원보다는 경기체제를 바꿔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출자총액제한제나 수도권 규제 등을 풀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면 이것이 경기 활성화와 국민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의 내년 예산 집행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