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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농민공 등 생산현장 대표 대거 발탁… "당대회 구성 확 달라졌네"

사회불만 잠재우기 일환… 당 간부 등 일변도 탈피<br>노동자 출신 169명 달해… 민영 기업가도 처음 참가


지난 8일 개막된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중국의 향후 정치ㆍ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의 나아갈 방향과 개혁 과제를 확정 짓는 당의 최고권력기구다. 그렇다면 이 최고기구를 구성하는 대표들의 면면은 어떻게 구성될까.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 구성을 위해 올 초부터 전국 성, 시, 구 등 각급 행정 단위는 후보자 추천, 심사, 선거 등의 과정을 거쳐 총 2,270명을 선발했으며 이중 2명을 제외한 2,268명이 이번 제 18차 당대회에 참석했다. 과거 이들 대부분은 각 성, 시를 비롯한 하급 단위의 당위원회 서기, 및 상무위원 등 당 간부와 국영기업 서기 등 공산당 링다오(지도자) 일색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산당은 전국 모든 행정단위, 국영기업, 대학, 부처 산하기관 등에 당 조직을 촘촘치 조직해 놨고 이들이 당 최고권력기구인 전국대표대회의 대표가 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 같은 도식적인 구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 당 간부의 심각한 부패, 타성 등이 사회 불안과 체제 위협을 가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변화와 개혁을 불어넣기 위해 중국 지도부가 농민공, 대학생 농촌관리를 포함한 참신한 신진 그룹 등 일선의 생산현장에서 청렴하고 유능한 대표들을 영입하고 있다.

중국 동부 연안의 장쑤성에서 올라온 70명의 당대표중 한 명인 스레이(24)씨가 대표적인 예다. 4년 전 명문 칭화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농촌 발전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장쑤성 난징시 치샤구로 내려가 '대학생 농촌관리(大學生 村官)'가 됐다. 대학생 농촌관리란 중국이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해당 농촌 개선작업 등의 노동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스레이씨는 농촌관리가 된 이후 주민복지카드 제도 도입, 노인생활비 보조 확대 등의 제안을 당 지부에 냈고 이 같은 적극적인 근무 자세는 농촌 주민과 기층 당 간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지난 5월 열린 장쑤성 당대표 선거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농촌에서 일하고 있는 20만여명의 대학생 농촌관리 중에서는 처음으로 당 대표에 선출되는 기쁨을 누렸다. 장쩌민 전 주석 등 특별 초청 대표로 대회에 참석한 당 원로들과 같이 최고권력기구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신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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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성은 쓰레이같이 생산현장 일선에서 온 당원에게 전체 70개의 대표 자리중 27석을 배정했다. 전체의 38.6%로 17대 당대회 때보다 7.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중국 남부의 광둥성에서 올라온 69명의 대표 중 한명인 옌원징(26)씨는 농민공이다. 옌씨는 광둥성에서도 중산시(市) 샤오란진(鎭)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지난 17차 대회 때는 관례대로 샤론진 당위원회 서기가 대표로 참석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옌씨가 자신 회사의 행정관리부에서 일하면서 식당, 기숙사, 위생, 기업문화 등 다방면에서 농민공의 복지를 향상시킨 것이 지역 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대표가 되는 이변이 나타났다.

5년 전 17차 대회 때는 노동자 대표가 51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69명으로 늘어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이중 농민 출신의 농민공은 26명이었다. 지난 16차 당대회에서 노동자ㆍ농민뿐 아니라 자본가 및 기업가들도 공산당을 대표한다는 '3개 대표론'이 당장에 삽입되면서 중국 최대 중장비업체인 산이중공업의 량원건 회장 등 민영 기업가 20여명도 이번 대회에 대표로 참가했다.

물론 이들 대표들이 선출되는 방식은 서구식의 완전한 직접 선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후보자 1차 인선 때 경선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쟁적 요소를 점차 도입하고 있다. 또 중앙 당의 지시에 따라 최종 대표 선발 과정에서 차액선거를 도입해 적은 득표를 얻은 사람들을 탈락시키고 있다. 차액선거란 예를 들어 5명의 대표 자리가 있을 경우 6명이 출마해 이중 가장 득표를 적게 얻은 한 명을 탈락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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