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남북공존과 교류의 새 지평 연 '10·4 평화선언'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 정상회담이 4일 ‘남북관계발전 평화번영선언’ 발표를 끝으로 2박3일간 일정의 막을 내렸다. ‘10ㆍ4공동선언’은 남북이 같은 민족으로 서로 제도와 체제를 존중하고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며 민족경제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게 골자로 모두 8개 항으로 이뤄졌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1차 정상회담이 만남과 화해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한 민족화해와 경제협력 방안을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평화체제 확립과 경협확대 발전의 새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무엇보다 다음달 중으로 양측 총리와 국방장관이 만나고 종전선언을 위한 당사국 간 회의를 갖기로 한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남북한 간 왕래와 교류확대를 이끌어낼 것이고 이는 상호신뢰와 경협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성공단에 이어 황해도 해주와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특별지대를 만들고, 비록 화물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경의선 철도를 개통하기로 한 것도 남북 간 경제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두산관광을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고 인도주의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인적교류를 늘리기로 한 것도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합의 실천으로 신뢰 쌓아야 남북 간 경제협력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개성공업지구 1단계 사업의 조기완공과 2단계 개발에 들어가기로 한 점, 문산~봉동 철도화물 수송,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하기로 한 점에서 북한의 개방과 개발 의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남북교류의 주된 장애물로 지적돼온 통행과 통신ㆍ통관 문제 등 제반 애로사항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경제협력 사업이 더욱 확대되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선언이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선언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남북 모두 실천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성실한 태도와 신뢰 확보가 요구된다. 툭하면 남북관계에 빗장을 걸어 잠갔던 북한도 이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첫 정상회담 때 합의한 ‘6ㆍ15공동선언’의 이행도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6자 회담에서 북한은 올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는 한편 영변 5㎿ 원자로, 재처리 공장 및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능화 방법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실천의지를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6자 회담을 통해 핵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핵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반도의 영구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교류 확대가 최선의 길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번 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행 연속성 확보가 과제다.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임기는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정책적 색깔이 다른 정부가 들어선다면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업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민족경제 발전을 위한 협력사업이라면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남북경협사업의 기본원칙은 기업이 주도하고 기업의 책임 아래 추진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분단 이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걸어서 휴전선을 넘어 역사의 ‘새 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의 첫 걸음을 시작으로 휴전선을 오가는 남과 북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져 상호 신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남북화해와 공존공영, 평화와 번영이 이뤄져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길을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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