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카드매각 너무 서두른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LG카드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국내외 매각작업을 서두르면서 인수후보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통상 기업매각의 경우 최소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때까지는`비밀준수`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매각과정이 언론 등을 통해 시시각각 공개되고 있어 부작용도 예상된다. 또 LG카드의 경영정상화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루빨리 매각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지나치게 서두르다 헐값매각 논란을 빚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인수 후보자들을 슬쩍 흘려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기매각` 만이 최선의 해법=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LG카드의 매각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채권단의 지원만으로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분석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은행이 2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내년 1월 중순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서둘러 매각해 투자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것 외에는 다른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예비실사를 거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정밀실사를 거쳐 매각가격을 정하는 이른바 `선인수 후정산`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도 조기매각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급한 금융당국=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금융당국의 `입`도 최종계약이 이뤄질 때까지 함구로 일관하던 과거 다른 기업들의 매각사례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GE캐피탈이나 씨티은행, 뉴브리지캐피탈 외국계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당국 또는 채권단과 접촉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유력한 인수후보`로 공개됐다. 최근에는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장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우리금융과 하나은행, 은행권 컨소시엄 등 `토종자본`들도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LG카드를 인수할 여력이 아직 없거나 검토도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부인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LG카드를 인수할 생각도, 자금력도 없다”며 “만일 여건이 된다 해도 증권사 인수를 우선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도 “불과 한달 여 안에 국내은행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도의 협상전략(?)=금융권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려면 수개월씩 걸리는 매각작업을 최대한 앞당기고 대외협상력을 높이려는 고도의 협상전략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부실사를 통해 정확히 기업가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매물의 가격도 잘 모른 채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는 자산ㆍ부채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매각과정이 복잡하지 않다”며 “이미 상당수 기관들이 인수의사를 표명하는 등 관심이 많아 조기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언급이 실제 매각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협상용 `애드벌룬`인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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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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