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현대캐피탈등 계열사의결권 제한될듯
금삼법 개정안 내용·전망비자발적 주식 초과보유땐 '사후승인' 방식 유예 허용
정부가 18일 발표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개정방향이 시행될 경우 그간 논란이 일었던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이 보유한 5% 이상의 타 회사 주식처분 여부가 사실상 백지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한도를 넘은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더라도 이들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봐주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제의 시발점은 삼성과 현대. 삼성카드는 올 2월 삼성캐피탈을 합병하면서 에버랜드의 주식을 25.6% 확보, 최대주주로 자리잡았다. 현대캐피탈 또한 지난 99년 3월 기아자동차 지분인수에 참여해 10%의 지분을 취득, 현대차와 함께 기아차의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식 보유과정에서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7월 말 법 위반으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시정계획서를 요구한 것.
재정경제부가 밝힌 개정안은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금산법이 개정되더라도 법을 소급 적용해 주식을 처분하도록 할 경우 위헌소지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이들의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간 강경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신설된 의결권 제한 규정은 이들 기업에도 소급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 이들 기업의 소유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에버랜드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95%에 육박하는데다 이미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30%로 제한받고 있다. 결국 삼성카드의 의결권이 전혀 행사되지 않아도 다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책적 판단보다는 법리해석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 소유를 위한 법적 대응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소식도 정부가 후퇴하는 듯한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번에 재경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8월에 삼성카드가 제출한 계획과 매우 흡사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재경부가 법의 미비점은 보완하되 소급적용으로 인한 위헌논란을 피하겠다는 명분 아래 결과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현상경 기자 hsk@sed.co.kr
입력시간 : 2004-11-18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