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북 해빙기 오나] 경제 살리려면 외자 필요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더 절박

■ 갑작스런 실세 방문 왜

겉으론 '폐회식 참석·선수단 격려' 밝혔지만

김정은式 경제발전 위해선 외부 자본 절실

심복 보내 진정성 입증… 金체제 안정 과시도

북한 김정은 체제의 최고 핵심 실세들이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월 정부가 제안한 제2차 고위급 접촉에 응하지 않고 대북전단(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하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권을 언급한 것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등 그간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격 방문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및 남한 자본 등 외자 유치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다음의 최고 실세로 북한 내 '쌍두마차'로 불리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 그리고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최고위층 일행은 4일 오전 항공편으로 인천에 도착, 우리 측 대표단과의 오찬회담 및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 등 12시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이날 밤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들의 방문 목적은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 및 북한 선수단 격려 차원이다. 북한에서 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특히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이를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북한 2인자를 비롯해 빅3가 전격 방문한 점에 비춰볼 때 그 내면에는 남한과 국제사회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북측 대표단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대표단과 가진 오찬회담에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11월 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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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군을 통제하는 요직이자 김정은 체제 유지의 핵심 보루인 군 총정치국장의 현직에 있는 황병서와 전직 인물인 최룡해까지 방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심복 중의 심복을 두 사람이나 동시에 내려보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가장 극적으로 입증하려 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이번 실세들의 방문은 남한 및 국제사회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외자 유치를 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은 북한 전역에 20여개의 경제개발구를 지정하는 등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화된 경제발전 구상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남한을 비롯한 외부세계에서 자본을 끌어와야 하는데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보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북한 실세들의 방문으로 김 제1위원장이 한 달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제기되고 있는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류 장관은 5일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날 김양건 비서와의 대화 도중 김 제1위원장의 건강을 물었더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북한 실세들의 방문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는 한편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무대에 북한 군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고 나타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국제적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해 선전 선동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등 '일타삼피'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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