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21일] 한보건설 최종 부도

1997년 새해가 밝았지만 건국 후 최대의 금융부정 사건으로 기록되는 한보사태로 정국은 어수선하기만 했다. 새해 벽두부터 재계 서열 14위던 한보그룹이 부도를 내면서 권력형 금융부정과 특혜대출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보그룹에 천문학적인 돈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정계와 관계ㆍ금융계가 서로 유착,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저질러졌다. 한보그룹에 대한 부실대출 규모는 5조7,000억여원. 사업타당성에 대한 상세한 검토 없이 정치권의 외압에 의해 대출했다가 은행권이 호되게 물린 것이다. 한보그룹은 1990년부터 5조원 규모의 당진제철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처음에는 제철소 투자비가 2조2,800억원으로 책정됐지만 2년 만에 5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출금 규모가 늘어난 것은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한보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투자비를 계속 지원했기 때문. 결국 은행들은 한보철강에 거액을 물렸다. 한보사태의 불똥은 계열사인 한보건설에도 튀었다. 그동안 자금을 지원해온 제일은행이 더이상의 추가지원을 포기, 한보의 마지막 보루였던 한보건설마저 1997년 3월21일 결국 부도의 비운을 맞는다. 한보사태로 인해 영세 하청업자들과 외상거래자들이 빈손이 됐고 국가 대외 신용도가 급격히 하락, 국가경제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결국 5월에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공금횡령 및 뇌물수수혐의로 징역 15년을, 정치인과 전직 은행장 등 10명이 징역 5~20년을 선고받았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시간 속에 묻혔다. ‘머슴들한테만 맡겨두면 사고친다’며 한때 온 국민을 머슴으로 전락시켰던 정태수 총회장. 그럼 상전들은 잘해서 아직도 머슴들이 이 고생들인가. 사고는 상전들이 다 치면서 말이다. /박민수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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