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의 날과 ‘부피에’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 지오노의 유명한 작품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나오는 주인공 `부피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평생 동안 묵묵히 나무를 심어 황폐했던 프로방스 지방을 아름다운 숲으로 변화시킨 성자 같은 인물이다. 작가 장 지오노는 40년 전 폐허처럼 보였던 마을과 희망 없는 주민들이 숲이 복원된 40년 후에 얼마나 아름답고 활기차고 행복하게 바뀌었는가를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어느 인류학자는 수백만년동안 숲을 근거로 살아왔던 인류의 습성이 유전자로 자리 잡아 숲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건강이 회복된다는 `바이오필리아(Biophillia) 가설`을 내놓았는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산림을 복원하는 것은 인류의 정신적 근원을 회복시키는 일로 문화적인 영향력까지 갖는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 불리워 온 아름다운 산림국가이다. 우리 조상들이 예의바른 것이 아름다운 환경에서 길러진 아름다운 심성과 분명 연관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쓸모없는 산이 많아 국토가 좁다는 식으로 교육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고대 유럽에서 문화의 꽃을 피운 그리스나 로마도 여타 유럽국가에 비해 산이 많은 국가였고, 이웃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산림율을 가지고도 세계적인 부국을 이룬 것을 보면, 쓸모없는 산이 많아 불운한 나라라는 생각은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니었나 한다. 오히려 산이 가지는 다양한 기능과 우리에게 베푸는 막대한 편익을 생각한다면, 산이 많아 풍요하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생각이 더 적합하다고 여긴다. 지난해 우리는 세계 산의 해를 기념해 10월18일을 `산의 날`로 정했다. 산의 날을 정한 취지는 도시개발 등 산업적ㆍ문명적 위협으로부터 날로 약화되어 가는 산을 지키고, 산이 가지는 경제적ㆍ생태적ㆍ사회문화적인 여러 가치를 보전ㆍ계승해 나가는 데 있어 국가와 국민의 노력과 관심을 촉구하는 데 있다. 오늘날과 같이 산림을 포함한 자연생태계가 인류문명으로부터 위협받아 지구전체의 문제로 부각된 시대는 없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합의와 함께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산림면적이 증가하고 있으며, 산림자원이 많은 후진국에서는 자원보호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세계산림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세계 산림이 939만ha 감소하는 가운데, 유럽지역에서는 오히려 88만ha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막대한 산림부존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채 등으로 야기된 황폐지 900만ha 중 향후 5년간 300만ha를 복구조림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황사문제를 끼치고 있는 중국의 경우 금년 한해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황무지 조림 336만ha, 한계농지 조림 376만ha 등 총 845만ha의 조림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적인 산림복구의 시대에 돌입한 듯 하다. 지구 온난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 동안 화석연료의 연소로 대기 중에 쌓여있는 탄소를 목재를 비롯한 산림바이오매스로 환원시키는 길이다. 또한 숲의 재창조는 생물종의 보전, 강수량의 확보, 토양유실 방지 등 기후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농업생산성을 보장한다. 과거 50~60년대 한발과 홍수로 흉년이 많았던 우리나라가 산림이 복원되면서 점점 풍년이 계속되고 있는 사실은 이를 경험적으로 말해준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국가적인 계획하에 본격적으로 치산녹화를 시작한지 꼭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30년 전 우리의 부모와 선배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여건을 딛고 아무런 보상 없이 붉은 산에 나무를 심었다. 당시 세계는 외국의 밀가루 원조에 의지하는 나라가 빵을 만들지 않고 나무를 심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세계식량기구(FAO)는 가장 짧은 기간에 녹화를 완성한 사례로 우리나라를 인정했다. 산이 푸르러지는 것과 동시에 나라의 활력은 더 왕성해져 갔다. 이제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더 많은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심어 온 푸른 숲을 더 크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이것이 풍요하고 멋진 미래를 보장하는 하나의 확실한 방법이다. 그 뿐 아니라 이제는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북한의 산림은 평균 축적량이 우리의 2/3수준으로 떨어져 있고, 163만ha로 추정되는 황폐지가 농업생산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산림의 복구는 단순한 산림녹화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중대한 사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동북아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선도함으로써 세계적인 산림복구사업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사막화방지 지원사업은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다. <최종수(산림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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