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벨상 받은 KAIST총장 후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로플린 교수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총장 공모에 지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로플린 교수는 지난 7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분수 양자 홀 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로 지난 98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양자 물리학의 세계적인 대가다. 우리는 로플린 교수의 총장선임 여부를 떠나 과학두뇌 양성기관인 KAIST 총장공모에 외국의 석학이 응모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학교육의 인프라수준이 국제과학계로부터 인정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결정될 총장 후보로는 로플린 교수 외에도 KAIST 교수협의회가 추천한 국내 교수 2명이 있다고 하는데 같은 조건이라면 로플린 교수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과학교육의 위상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는 이공계 위기 의식이 고조돼 있고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갖가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공계 살리기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보다는 이공계 정원 채우기와 졸업생의 취업을 늘리는데 치중돼 있다. 정원을 못 채워 수업이 안되는 학과가 속출하고 있고 공과대학 졸업생은 선진국의 배 가까이 되지만 취업하는 졸업생은 절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이 원하는 이공계 고급인력의 만성적인 부족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06~2010년에 기계ㆍ자동차산업이 2,000여명, 반도체ㆍ전자산업이 5,600여명의 고급인력 부족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고 공과대학 졸업생에 대한 기술중심형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현장이 원하는 우수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 교수의 KAIST 총장 지원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로플린 교수는 이미 지난달 포항공대에 있는 국제연구기관인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의 소장으로 선임됐고 포항공대의 석학교수로도 임명된 바 있어 한국이 낯설지 만은 않은 상태다. 스포츠계의 경우 히딩크 감독의 예가 있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는 특히 공공분야에서 우수 외국인력의 유치가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이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 3월 서울시가 공개경쟁을 거쳐 리슬리 벨필드를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것이 고작이다. “KAIST를 사회와 산업이 요구하는 학생을 배출하는 새로운 연구중심 이공계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로플린 교수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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