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침체후 첫 낙관론… 금리 추가인하 안할듯

■ 그린스펀 발언 의미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미국경제는 이제 전환점을 지나고 있으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경제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며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던 발언을 13일 만에 바꾼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번 경기침체기에 들어서는 처음이다. 따라서 오는 29일 열리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지난해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지지했으나 새해에는 재정수지가 악화되면서까지 세금을 깎을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테러 직후에 경기부양책에 동조했던 그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촉진책이 필요없다고 반대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알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은 짧은 시간에 발언을 번복한 데 대해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낙관론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고하기 위한 어휘 사용이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그가 최근에 경기흐름을 잘못 읽고 있었고 이를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낙관론으로 인식 전환 불과 2주 전에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가 저점을 기록한 후 상승하다가 또다시 하락, 이른바 이중 저점(Double Dip)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던 그가 "미국경제가 이제 전환점에 와 있다"면서 "경제여건의 개선조짐이 기업의 신뢰도를 높여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밝은 쪽에 보다 많은 비중을 뒀다. 11일 이후 발표된 거시경제 지표들이 그린스펀 의장의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실업수당 신규 청구자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주택분야의 거래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문의 재고가 급감하고 소비자신뢰지수는 급상승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동안 성장을 저해해온 요인들이 사라지면서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산업재고 감소는 경제성장의 '중대한'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교정된 발언으로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상승하고 채권가격은 금리인하 가능성이 무산됨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미국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는 소비가 지속되지 않는 한 회복은 일시적인 것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톤은 일전의 것보다 약했다. ◆ 경기부양책, 감세안 반대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부양책에 대해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시 대통령은 하루 전에 내년도 예산안에 900억달러의 경기부양 예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그린스펀 의장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지난해에는 재정흑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국가부채 상환에 사용하거나 국민의 세금을 깎아줄 것을 제안했다. 그렇지만 새해 들어서 그는 재정수지가 위험수위에 가까워지면서 금리가 상승할 것을 우려하는 쪽으로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부시 행정부는 그린스펀 의장의 부정적인 발언에도 불구, 감세안과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