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상회담 조속 수락' 우회 촉구

■ 노대통령 "북한에 많이 양보하겠다"<br>원칙 지키되 조건 없이 제도·물질적 지원<br>"내용에 상관없이 일단 만나자" 강조 주목<br>교착상태 북핵 6자회담 물꼬틀 계기 될듯

몽골을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북한에 대해)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울란바토르=최종욱기자

노 대통령이 9일 몽골 동포간담회에서 자신의 대북(對北)정책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준비된 발언은 아니고 현지 기업인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온 것이지만 DJ방북을 앞둔 시점이어서 파장은 크다. 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북한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양보할 것이지만 그 양보의 전제는 신뢰 구축의 원칙에 있다는 것이 첫번째다.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백지화하고 모든 것을 북한 뜻대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제도적ㆍ물질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저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열어놓고 있다”까지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의 키워드는 ‘원칙 있는 양보’”라며 “원칙이라는 것은 상호 불신의 제거와 신뢰 구축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특별히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는 아니다”면서도 “북한이 불신 제거에 대한 좀 더 과감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조속히 수용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점이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다음달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며 “미국과 주변국가들 여러 가지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제의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무슨 내용에 상관없이 만나자’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 APEC기간 중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회담 자체만을 위해 무리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DJ방북 앞둔 시점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고 말했으나 DJ방북을 계기로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메시지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 회담의 물꼬를 틀자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위조지폐문제를 계기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더니 최근에는 탈북자의 미국 망명을 대거 수용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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