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큰손들, 디플레 대비 포트폴리오 조정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 목소리 높아지자… 국채·회사채등 위험 헤지용 투자 대폭 늘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형 투자자들이 이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미국의 큰 손들은 일본식 장기 불황을 염두에 두고 미국 재무부 채권(TB)와 장기 회사채 등 위험 헤지용 투자를 늘리는 한편 고객에게도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채권왕 빌 그로스를 비롯 유명 펀드매니저인 제레미 그랜담, 앨런 포우니어, 데이비드 테퍼 등이 디플레이션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투자자들이라고 소개했다.


◇빌 그로스, 국채 공격적 매입= 세계 최대 채권 투자기관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부쩍 잦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은 자산가격 상승에 의존하고 있을 뿐 투자에 기반하지 못하고 있는 사상누각으로 경기후퇴가 어쩔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빌 그로스는 최근 몇 주 동안 공격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현재 그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미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 지난 3월 말의 33%보다 크게 늘었다.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매니지먼트는 'BB' 및 'BBB' 등급의 채권 비중을 포트폴리오의 약 70%까지 늘렸다. 이 회사의 운용규모는 150억달러 수준이다. 테퍼는 "비록 전체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가더라도 일부 산업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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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그랜담 설립한 GMO, 포트리스인베스트, 아거노트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은 고객들에게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또 앨렌 포우니어는 페넌트캐피탈 회장은 최근 증시 하락 시 수익률이 상승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Inverse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에 비해 0.1%,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1.1% 상승하는데 그쳐 물가상승률 0%대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올 물가상승률 0%대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꼽는 한편 일본은 마이너스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빌 그로스는 "전세계 (국가의) 3분의2가 물가상승률 '제로' 다가가고 있다"며 저물가와 통화공급 축소, 긴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의 펀드인 핌코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도 경제 성장기에는 2%에 근접해야 하지만, 앞으로 수년간은 0%이하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내에서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주 미국이 일본형 디플레이션이라는 전례없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 등을 포함해 연준내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멤버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사람은 3명으로 늘어났다.

월가 이코노미스트 사이에서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과 관련,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통화당국이 모기지증권 등 장기채를 매입하고, 인플레이션 억제선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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