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특별인터뷰] 김종인 前청와대 경제수석

"국제협력 불구 경제위기 극복은 우리 정부 능력에 달려" <br>"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 회복기간 더 길어"<br>"금융허브 실현됐다면 경제 거덜 났을것"<br>"우린 공적자금 투입등 90%가 옛날 방식"<br>"반복되는 똑같은 처방으론 해결 어려워"

[특별인터뷰] 김종인 前청와대 경제수석 "국제협력 불구 경제위기 극복은 우리 정부 능력에 달려" "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 회복기간 더 길어""금융허브 실현됐다면 경제 거덜 났을것""우린 공적자금 투입등 90%가 옛날 방식""반복되는 똑같은 처방으론 해결 어려워" 정리=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금 국제사회의 협력이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를 글로벌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경제난 극복은 오롯이 우리 정부의 정책능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4선 국회의원 등을 지내며 지난 1970년대 이후 현대 한국 정치경제와 역사를 함께해온 김 전 수석은 “각국이 경제정책 시스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지금 우리 경제정책의 90%는 옛날 방식”이라고 이명박 정부와 현 경제팀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경제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정책의 첫걸음이라며 “경제정책은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처방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담=안의식 경제부장 miracle@sed.co.kr -경제위기가 심각한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요. ▦우선 위기라는 말은 이제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냉정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사실 경제를 냉정하게, 상식선에서 관찰했다면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에는 이와 같은 상황의 도래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자꾸만 희망적인 생각만 하고 잘되겠지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경제를 가장 잘 안다는 사람들이 1997년 11월 말까지도 ‘한국은 인도네시아나 태국과 달리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위기가 오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실제 올해 우리 경제는 어느 정도 성장률을 보일까요. 또 내년은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만 안 하면 다행이라고 오래 전부터 강조해왔습니다. 단 0.1%라도 플러스 성장만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오는 2010년 경제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올 상반기는 지나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를 촉발한 지금의 리세션(recessionㆍ경기침체)이 지금껏 우리가 어려 차례 겪었던 리세션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경기하강 속도도 종전보다 훨씬 가파르다면 해결방법에서도 어떤 차이를 둬야 할지, 정책책임자들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리세션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보십니까. ▦과거에는 금융 부문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과거 발생한 100차례의 리세션을 분석해보니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리세션에서 회복되려면 일반적인 리세션보다 3~4배나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특히 금융산업으로 먹고 살았던 영국 같은 나라는 유럽 내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동안 유행을 타서 금융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산업이라고 했었는데, 만일 금융허브가 5년 전에 실현됐다면 대한민국은 지금쯤 거덜이 났을 것입니다. -위기를 겪으면서 시장 역할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한동안 팽배했지요. 현 정부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정부로부터의 해방, 규제완화, 민영화 등을 강조하다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절제와 중용이 없는 시장경제는 스스로 파괴되고 만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시장경제의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부분도 있지만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보이는 손’이 교통정리를 해서 돌아가게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잠시 국제적인 문제로 시선을 돌려보지요.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어디까지나 외부적 요인이지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몫입니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협력이 잘되고 G20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글로벌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은 각국이 경제정책 시스템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우리 경제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정책적으로 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각국이 경제상황을 잘 인식하고 효율적인 처방을 내려야지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경제정책으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정부가 내놓은 처방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오늘날 사태는 9ㆍ11 사태 이후 지나치게 유동성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춘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케인스 이론이 제시되고 있는데 지금은 과거와 경제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의 성공 보장은 없는 실정입니다. -미국 오바마 당선인도 그린테크놀로지(GT) 등에 대한 공공투자 확대로 새로운 뉴딜정책을 모색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바마의 뉴딜정책은 제도 변화의 일환으로 공공투자를 하자는 것이지 공공투자가 전부는 아닙니다. 공공투자는 목적이 분명하고 사업성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가령 미국의 경우 지난 30~40년간 공공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교육시설ㆍ교량ㆍ철도 등이 매우 낙후돼 있어 그 부분의 수요가 있으니 일정 부분 돈을 투입하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공투자가 경제적 성과를 이루려면 먼저 정확한 프로젝트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제 체제가 다극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국제 다극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하려면 적어도 5~6년은 걸릴 것입니다. 기존의 IMF 체제는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 말이 국제 협력이지 각자 자기 나라 위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각국의 보호주의가 대두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 공조는 가능해도 실물 쪽은 어렵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장 정치적인 문제가 걸리니까요. 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금융시장이 원상 회복하려면 1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내 문제로 돌아와서, 올 상반기에는 대규모 그룹들도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지요. ▦대기업이 어려워지리라는 것은 감으로는 모두 알고 있지요.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의 평가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사업하는 사람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그런 것이 없어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 됩니다. 진작 1990년대 초에 산업 구조조정을 했어야 하는데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안 하고 있다가 IMF 체제에 봉착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경제정책의 90%는 옛날 식이에요. 사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많이 나왔지만 실제 구조조정을 한 것은 없습니다. 공적자금으로 은행 부실채권을 해결하고 은행 자금으로 부실기업 문제를 해결한 것밖에는 없어요. 정부의 정책적 구조조정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 부실 모기지에 물린 부분이 별로 없는데도 어려움에 빠진 것도 국제기준에 맞춘다고 몸집을 불리고 금리가 싸다고 일본에서 돈을 잔뜩 들여와서 대출을 하다가 금융기관이 경직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몇 개 그룹들은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될 것 같은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큰 기업이 무너지면 정치사회적 문제가 생기므로 적당히 하지 않겠습니까.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도 뻔히 보인 사실이고요. 별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 우리 경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저는 우리 경제가 잘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세계와 국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명확하게 파악해 환상으로 정책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상황 인식이 정책의 잘못을 좌우합니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제대로 구별해야 경제정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책이 정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日 잃어버린 10년을 타산지석으로" 거듭강조 4대강 살리기·재정지출 확대정책등 우려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은 지난 1980년대 후반의 거품경제에서 10여년간의 장기불황에 허덕인 일본의 경제정책을 이명박 정부의 '타산지석'으로 거듭 언급했다. 일본은 1980년대 유동성 거품이 급격히 붕괴하면서 1990년대 이후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때 일본 정부는 공공지출을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져 경제를 되살리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당시 일본이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공공투자를 벌였지만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5%까지 올라간 반면 경기부양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효과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4대강 살리기' 정책에 대해서도 일본의 잘못된 정책선택을 답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수석은 "일본은 1990년대 당시 경기부양을 위해 전 국토를 건설현장으로 만들었다"며 "일본은 110여개 강의 물길을 바로잡겠다고 돈을 투자하고, 산을 허물어 택지화하고, 도로를 건설했는데 결과적으로 경제효과는 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이런 사례는 우리 경제정책에 참고 요인이 된다"며 "일본의 경우 이 같은 정책이 재정적자만 늘리고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통화당국의 저금리 정책 역시 일본식 장기불황을 유발할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본은 1990년대 금리를 사실상 0%까지 낮추는 바람에 통화정책 수단을 잃고 10여년간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 전 수석은 "기준금리가 현재의 3%보다 더 떨어진다면 한국은 금융정책을 구사할 행동반경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경제운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국은 피해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자연의 현상에는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책당국의 신중한 자세를 요구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약력 ▦1940년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학과 ▦뮌스터대학교 대학원 경제학박사 ▦1973~1985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제4차ㆍ5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11ㆍ12ㆍ14ㆍ17대 국회의원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0~1992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2003~2004년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현재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 인기기사 ◀◀◀ ▶ 日 국가파산 일어난다면?… 일본판 '미네르바' 전망 ▶ 통신·태양광 등 올해 최다 추천 투자종목은? ▶ MB정부, 올해 준비한 '경제살리기 핵심카드'는? ▶ 하루아침에 밥줄 잘린 김과장… 혹시 나도? ▶ 유가 꿈틀… 에너지·소재업종 덕보나 ▶ 주택 구입 "3대변수 주목하라" ▶ 10년간 운용… 수익률262%… 국내 최고령 펀드는? ▶ 하이닉스·현대건설등 쏟아지는 M&A 대형매물 ▶ 쌍용차 구조조정안 곧 윤곽 ▶ 심각한 경제위기극복, 경제원로에게 물었다 ▶ [주목! 이 종목] 건설등 SOC관련株 대거 러브콜 ▶ [주간 증시전망] 호재·악재 뒤섞여 상승폭 제한적일듯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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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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