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올해 시설투자 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1조원가량 줄이기로 했다. 영업이익과 단기순익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반도체 시장도 침체가 계속되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는 25일 “반도체 업황 및 경영 여건을 고려해 올해 시설투자금액을 조정하기로 했다”면서 “해외법인을 포함한 올해 시설투자 계획을 기존 3조6,000억원가량에서 1조원 정도 줄인 2조6,000억원가량으로 잡았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등 시황 악화에 맞물린 실적 부진을 감안한 결정이어서 다른 경쟁사의 향후 투자계획과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닉스의 투자 축소 결정 배경에는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D램의 대표상품인 DDR2 512Mb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 곳 1달러 아래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8달러를 웃돌던 낸드플래시 역시 8Gb 제품 기준 최근 2.7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은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믿도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이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D램 시장 관련 리포트에서 “하이닉스가 올해 시장 회복의 핵심”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줄여야만 가격 반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닉스 및 후발 업체들이 D램 시장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설비를 낸드 생산용으로 전환하고 신규 투자도 낸드 중심으로 집행하면서 관련 제품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라인 투자를 보류할 경우 이런 시장 상황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2ㆍ4분기에는 이천의 M10, 중국 우시의 C2 등 기존 라인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6,4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