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물간 듯하지만 기업 구조개혁이 한창일 때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다.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 사안의 성질상 쉽게 결말이 날 것도 아닌데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는 했다.
요점만 간추리면 자기 것일 때 가장 아끼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므로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오너경영 지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사분란한 추진력도 오너경영의 장점으로 꼽힌다. 과잉투자와 같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주요 산업에서 세계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오너경영의 덕을 톡톡히 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에 얼마 안되는 지분으로 회사를 개인소유물처럼 좌지우지하면서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행사하는 황제식 경영, 대를 잇는 세습경영은 주주자본주의 및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켜 기업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오너경영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우리의 경우 적지 않은 투자실패와 기업부실의 상당부분이 오너들에 의한 무모한 투자와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점으로 볼 때 전문경영 옹호론도 설득력을 지니기는 마찬가지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길고 저임의 노동력과 정부의 보호막이 기업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때와는 달리 기술과 시장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제품과 기술 그리고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경영을 맡는 것이 주주를 비롯한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득이 될 수가 있다. 선진국의 관행이기도 하다.
기업환경이 바뀌고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제도변화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도 전문경영인시대가 열리고 있다. 당연히 성과급과 스톡옵션 등이 도입되면서 전문경영인과 경영진에 대한 대한 보상도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
아직 드물기는 하지만 경영실적이 좋은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우 오너 못지않은 보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클 수 없었던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보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나 그렇지 못한 회사나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령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이뤄진다면 최선을 다할 유인이 그만큼 적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많은 이익을 내는 유능한 경영인을 많이 길러내기 위해서는 경영실적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조건쯤은 된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전문경영인체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보상수준도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하면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가령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사원들의 평균월급에 대비한 비율을 보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타이완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문경영인의 보상수준이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능력이라는 무형자산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영실적이 좋은 경영진에 대한 보상에 인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지식기반경제에서 경영지식만큼 귀중한 자산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공청회에서 경영진의 보수를 공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당국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된 적이 있다.
경영진들이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는 소식도 있다. 경영진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고 위상이 올라가는 것과 비례해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업경영인이 대우받고 존경받는 풍토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돈을 사적 용도로 쓰는 행위는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
비록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기업부패의 상징인 룸싸롱 등 퇴폐향락에 돈을 뿌리는 접대방식도 이제 기업 스스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특히 전문경영이 자리잡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대리인문제(agency problem)을 극복하는 일이다. 기업인들이 늘 부담스러워하는 반기업정서의 상당부분도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다.
경영인을 위한 경영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요구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논설위원(經營博)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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