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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에서 독립한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삼성생명의 사내식당 '델라코트'에 가면 매달 두 차례 전국 면요리 명장의 향토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웰스토리가 '팔도 면기행뎐'이라는 신메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입소문난 면요리를 소개한 덕분에 4,700여명의 직원들은 다른 급식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팔도 별미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춘천의 경우 웰스토리가 막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400여 곳이 넘는 식당을 발품과 인터넷 서칭을 통해 뒤진 끝에 맛집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렇게 찾아낸 맛집에서 웰스토리 조리 전문가는 장인의 지도 아래 메뉴 조리 과정을 전수받고 이를 단체급식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한다. 사내 식당에는 해당 장인의 사진과 식당명이 담긴 현수막이 걸린다. 홍보 전문가는 장인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사내 식당 및 소식지에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인지도를 높여줌으로써 상생을 도모한다. 지난해 4월부터 운영된 '팔도 면기행뎐'에 소개된 전국 맛집은 14곳. 웰스토리는 올해 다양한 맛집을 추가로 개발해 레시피를 축적한 후 700여곳의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계획이다.
급식 시장에서 업체들의 신메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식과 외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급식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이 3~4%에 머물며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고객 입맛이 갈수록 다양해져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메뉴로 승부를 걸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외국인 직원이 많은 급식당을 대상으로 외국인을 위한 신메뉴도 개발했다. 할랄 식품만 허용하는 이슬람 교도들을 위해 할랄 인증 고기가 사용된 '치킨티카 마실라' '칠리소스 치킨구이' '탄두리치킨' 등을 내놓았다. 또 안남미(인도차이나 반도의 쌀)로 지은 밥과 화덕에 구은 난이 제공되는 '인도 정통 커리',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식 낫토 도시락' 등 다국적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한약재를 담은 '약선 메뉴' 108종을 다음달부터 전국 모든 급식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급식=웰빙'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아예 웰빙 콘셉트로 차별화하기 위해현대그린푸드는 국내에서 한방 분야 권위를 인정받는 강동경희대병원과 협력해 약선 메뉴를 개발, 올 1월부터 강동경희대병원 환자식으로 선보였다. 약선 메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장 기능 개선 효능을 인정받은 한약재 33종이 사용된 게 특징이다. 강동경희대병원의 소화기 전문가 박재우 교수가 한약재 사용량 및 조리 방법 등을 감수해 맛과 효능을 높였다는 게 현대그린푸드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대그린푸드는 미세먼지·황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시즌을 겨냥해 이달 초부터 연근도라지마늘조림, 당근계란찜, 미역레몬초무침 등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식재료들을 활용해 '디톡스 메뉴' 10종을 선보이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해 12월 리뉴얼을 통해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 급식장을 패밀리레스토랑 콘셉트로 확 바꿨다. 빕스나 아웃백스테이크 등에서 볼 수 있던 샐러드 뷔페인 '건강전문코너'를 도입한 것. 채소ㆍ샐러드ㆍ닭고기 등의 메뉴가 마련된 건강전문코너는 고객이 원하는 양 만큼 직접 접시에 담으면 된다. 올해부터는 한 주에 하루씩 어류ㆍ육류ㆍ우유 등 동물성 메뉴 없이 현미잡곡밥과 샐러드, 두부, 버섯, 콩 등 식물성 메뉴로만 구성된 '네이처 데이' 식단을 전국 주요 급식장에서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급식시장 성장이 정체된데다 지난 2012년부터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급식기업들의 공공기관 입찰 참여가 사실상 가로막히면서 메뉴 차별화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갈수록 급식과 외식의 경계는 희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심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