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연화제] 연극 '택시드리벌'

서민들의 애환 그린 슬픈 자화상


택시는 우리 사회를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온갖 세상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탓에 웬만한 여론조사단체가 조사한 설문조사결과보다 정확할 때도 있다. 세상을 풍자한 택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29일까지 공연중인 연극열전 아홉번째 작품인 ‘택시 드리벌’(연출 장진, 사진)이 그것. ‘택시 드리벌’은 시골태생에 중학교 출신의 주인공 장덕배가 서울로 무작정 상경, 택시기사를 하면서 만나는 승객들과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돈을 많이 벌어 애인 화이가 있는 고향으로 금의환양하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하며 세상과 부닥치지만, 세상살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 와중에 화이는 자기의 아이를 임신한채 저수지에 빠져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지만,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는 아픔을 안은채 일상의 고단함에 몸을 싣는다. 그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짜고짜 택시를 타고 평양을 가자는 이산가족 할아버지, 술에 취해야만 부장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나약하고 소심한 직장인, 한강으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시민 등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들이다. 그러던 중 그는 한 여자 손님이 놓고 내린 빨간 가방을 보면서 불행했던 과거를 모두 벗고 새로운 사랑과 낭만을 꿈꾼다. 빨간 가방이 그에게 사랑을 가져다 줄 것인지, 아니면 비관으로 내 몰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관객의 몫이다. 이 작품 출연진 역시 호화롭다.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정재영, 강성진이 주인공 장덕배역으로 더블캐스팅이다. 조덕현(평양할아버지), 이철민(경상도 사나이) 김일웅(조폭2) 등이 택시 승객들로 등장해 코믹연기를 더해준다. 또 덕배의 어두운 과거로 자리잡고 있는 애인 화이가 벽에 걸린 사진액자 속에서 과거의 인물로 등장하는 무대장치도 독특해 눈길을 끈다.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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