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살길 찾기 바쁜 공무원들 '업무 나몰라라'

정부조직 개편안 표류에 '멈춰선 국정'<br>'현장추진단' 설치 논의등 남는 인력 재배치 골몰<br>산자부·기획처등 통폐합 대상 부처일수록 심해<br>정치권에 촉각…새정부 출범후에도 후유증 예상


조직 통폐합이 확실시되는 정부부처들이 잉여 인력을 끌어안기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개편을 둘러싼 현ㆍ새 정부의 대립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들은 각자의 살 길을 모색하는 데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국정의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새 정부의 ‘작은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줄어들게 될 공무원 수는 출연기관 전환분을 제외하고도 약 4,000명 규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조직개편 결과 남는 인력은 대운하공사나 새만금개발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과 광역경제권 개발을 위해 신설되는 지역본부, 규제개혁 업무로 상당 부분 흡수될 것이라고 공직사회의 동요를 수습하고 나섰지만 당사자인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우선 자체적으로 ‘기존 식구’의 자리보전 방도를 찾아야 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ㆍ재정경제부 일부와 함께 지식경제부로 통합되는 산자부에서는 과거 서울시가 만들었던 ‘현장추진단’과 같은 조직을 두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의 문제 점검과 애로사항 해소를 담당하는 조직을 두고 잉여인력 해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대규모 부처통합으로 총원이 1,3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지고 산자부 산하 규제만 해도 265건에 달해 인수위의 계획대로 규제 50건당 1%의 인력감축이 이뤄질 경우 적잖은 규모의 인원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겪는 문제점을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처리하는 업무는 새 정부의 기업친화적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현장추진단 설립 논의에 제법 힘이 실리는 모양이다. 기획재정부로 합쳐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는 않고 있지만 유휴 인력 해소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직개편이 확정되지 않고 잉여인력 수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방안을 강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관할하는 산자부와 달리 재경부는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애매하지만 경제연구 프로젝트 등으로 인력을 돌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30여명의 잉여인력이 예상되는 기획처의 한 관계자도 “개별 사업에 대한 예산집행 현장 점검에 남는 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렇게 공무원들이 제자리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 국정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새 정부 출범을 한달가량 앞둔 상황에도 새로운 조직개편과 정책 기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공무원들은 어차피 공염불이 될 세부 정책을 짜기보다는 당장 ‘제 앞가림’에만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통합 대상 부처의 공무원들은 짐을 꾸리기도, 자리잡고 일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움직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의 거부로 조직개편이 지연될 경우 각 부처들이 본연의 일손은 놓은 채 ‘눈치보기’와 ‘자리 만들기’에만 골몰하는 상태는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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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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