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호사법은 '그들만의 독점법?'

'중재·대리등 일반인의 법률행위는 불법' 규정<BR>배타적 권리로 변리사·세무사와도 마찰 빚어<BR>"이현령 비현령식 법규 손질해야" 비판 목소리

변호사법은 '그들만의 독점법?' '중재·대리등 일반인의 법률행위는 불법' 규정배타적 권리로 변리사·세무사와도 마찰 빚어"이현령 비현령식 법규 손질해야" 비판 목소리 얼마 전 검찰은 영상물등급심사위원회(영등위) 위원을 만나 특정 게임물의 통과를 청탁했다는 이유로 A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당초 검찰은 A씨가 해당 게임물 심사와 관련, 모 위원을 만나 청탁 대가로 금품을 줬을 것으로 보고 뇌물 공여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대신 변호사법으로 A씨를 재판에 회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게임물 제작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려 떳떳하게 위원을 만났고, 금품 제공 등 뒷거래는 하등 없었는데 실정법을 위반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거기다 죄목이 변호사법 위반이라니,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변호사법은 애니콜(?)=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중략) 대리ㆍ중재ㆍ화해ㆍ청탁 또는 법률사무를 취급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호사 아닌 자가 제 3자를 위해 하는 모든 법률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 검찰이 특정인의 구체적인 뇌물및 금품 공여 정황이 잡히지 않자 이 같은 변호사법 조항을 적용해 피의자를 기소한 것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사인(私人)간 채권ㆍ채무관계에서부터 행정기관에 대한 이의 신청 등 사실상 모든 법률행위에 관여하면 이는 모두 불법행위가 돼 사법처리해야 하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현령 비현령’ 식으로 피의자의 범의를 꿰맞출 수 있고 불법에 해당되는 범주가 광범위한 변호사법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산하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이자 고려대 법대 학장인 채이석 교수(변호사)는 “변호사법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법”이라며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이 일상적이고 사소한 법률행위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부패 척결 차원에서 로비스트를 합법화하는 ‘로비공개법’을 추진하자 대한변협은 로비를 허용하면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변호사법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란 지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정책결정 등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로비스트 활동이 합법화돼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변호사법 때문에 변호사 외에는 로비스트를 할 수 없어 로비스트 활동이 더욱 음성화되고 비리의 온상이 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유사 직역간 밥그릇 싸움의 진원지=최근 변호사-변리사-세무사 등 유사 직역 간의 밥그릇 싸움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소송대리권은 물론 모든 법률행위에 대한 독점ㆍ배타적 권리를 변호사에 부여하고 있는 이 변호사법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변호사만 되면 변리사ㆍ세무사 등 사실상 기타 전문 자격증을 자동 취득하기 때문에 특허(변리사)ㆍ세무(세무사) 등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유사 전문가들과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변호사법에 모든 자격증 취득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세무사ㆍ변리사ㆍ공인중개사 등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해 놓음으로써 차제에 유사 직역간의 시장 싸움에서 확실한 법적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이미 대한변리사협회가 존재하는 데도 불구, 최근 변호사들이 제 2의 변리사 단체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변호사법 개정 시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특허관련 법률사무 대리를 할 수 있다는 변리사법에 따라 변리사가 법원에서 특허분?관련 소송을 법적으로 대리할 수 있는 데도 불구, 법원의 거부로 아직까지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한 적이 없다. 이 같은 현상도 변호사 아닌 자의 소송대리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조항을 근거삼아 변호사 단체가 다른 그룹의 법정 대리를 결사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리사협회 공보 이사를 맡고 있는 고영회 변리사는 “변리사법은 특허 관련 모든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데도 판사들이 관행상 변리사의 선임계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입력시간 : 2005-03-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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