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칼 아이칸, 모토로라 굴복시킨 '월가의 상어'

2대주주로 휴대폰사업 분사 압력… 끝내 관철<br>80년대 TWA·텍사코등 무차별 인수로 유명세<br>포커등 승부게임 즐기고 자선사업에도 적극적


칼 아이칸, 모토로라 굴복시킨 '월가의 상어' 2대주주로 휴대폰사업 분사 압력… 끝내 관철80년대 TWA·텍사코등 무차별 인수로 유명세포커등 승부게임 즐기고 자선사업에도 적극적 이상훈 기자 shlee@sed.co.kr 칼 아이칸(72)에겐 ‘월가의 상어’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그는 기업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악명을 높였다. 최근 그의 타깃은 모토로라다. 그의 공격을 받고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칸은 자산관리기업 닷지앤콕스에 이어 지분 6.45%를 확보한 모토로라의 2대주주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휴대폰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장해 왔고, 결국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그는 모토로라의 분사 발표 직후 “이제야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면서 “휴대폰 사업부문이 독립회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빠른 결정과 과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회사 운영과 관련해 제 목소리를 낼 것임을 천명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는 지난 2004년 레이저폰의 대 성공 이후 후속 모델 개발에 실패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억 달러의 적자를 내며 노키아에 이은 휴대폰 업체 2위 자리를 삼성전자에게 내줬다. 한때 세계 휴대폰의 ‘지존’이었던 모토로라의 이 같은 몰락은 아이칸의 분노를 샀고, ‘상어’는 모토로라를 집중 공격했다. 아이칸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그레그 브라운 최고경영자(CEO)에 묻고 있다. 아이칸은 지난해 12월 레이저폰의 ‘신화’를 일군 에드 잰더 당시 CEO를 하차하게 만든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새 CEO에게 칼을 겨눈 것이다. 그는 델라웨어 법정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사회 회의록과 브라운 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진과 그 가족들의 전세 비행기 이용 기록까지 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아이칸이 브라운을 내쫓기 위한 증거 확보에 들어간 것이다. 아이칸은 현 CEO가 물러나고 그 후임에 자신이 설립한 펀드의 대표를 임명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다음 주총 때 이사회에 자신쪽에 유리한 인사를 앉히기 위해 위임장 대결에 나서겠다고 선포해 모토로라에서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아이칸은 지난 1월에 정보기술(IT) 업체 BEA시스템이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5개월 만에 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잭팟을 터뜨렸다. M&A시장에서 고도의 전략과 두뇌로 기업을 몰아 부쳐 투자이익을 남기는 탓에 그에게는 ‘냉혹한 기업 사냥꾼’이란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신장시키길 바라는 소액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의적 로빈후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찬사도 나온다. 아이칸은 지난 3월10일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 “M&A 위협으로 기업의 경영진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그에게 비판적인 언론도 “기업 사냥 게임에서 천부적인 감각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승부수를 던진 줄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그는 지난 1936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의학을 배우다 중도에 포기했다. 프린스턴대 시절에는 포커 게임에서 등록금의 절반을 벌어들일 정도로 게임에 일가견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61년 월가에 입성한 아이칸은 1968년 아비트리지(차익거래)와 옵션 트레이딩을 주로 하는 ‘아이칸(Icahn & Co.)’이라는 증권사를 설립했다. 그가 기업사냥꾼으로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80년대부터. TWA항공사, 석유업체 텍사코, 식품업체 RJR나비스코 등이 그에게 두 손을 들었다. 아이칸은 특정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경영권을 위협해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링(green mailing)’으로 유명세를 탔다. 상어란 별명도 이 때 얻었다. 그는 또한 지난 2000년 미국 최대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인수를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한국의 KT&G의 경영권을 위협해 10개월 만에 1,500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그후 미디어그룹 타임워너, 게임 업체 테이크-투 인터렉티브 등에 투자했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145억달러로, 미국에서 18번째 부자다. 그는 현재 8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아이칸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그의 집무실 복도에는 전쟁 장면을 담은 그림이 진열돼 있어 투자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아이칸파트너스의 연평균 수익률은 30%에 이른다. 돈 냄새에 예민한 아이칸이지만, 공익사업을 벌이는 등 박애주의자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그는 뉴욕에 싱글맘을 돕기 위한 구호 시설을 건립했고, 뉴욕의 마운트 신나이 병원에 막대한 지원을 했다. 장학사업을 통해 매년 10명의 학생을 선발, 4년간 1인당 16만 달러씩 지원하고 있다. 1985년에는 경마용 말을 기르는 ‘팍스필드 서러브레즈’를 만들어 2004년 문을 닫기까지 140필이 넘는 경주용 말을 기르기도 했다. ◆ 칼 아이칸 약력 ▲ 1936년 뉴욕 퀸스 출생 ▲ 1957년 프린스턴대 철학과 졸업 ▲ 1961년 증권사 직원으로 월가 입성 ▲ 1968년 증권사 '아이칸' 설립 ▲ 1980년대 TWA항공사, 텍사코, RJR나비스코 등에 대한 적대적 M&A ◇ 최근 주요 투자기업 -제너럴모터스, KT&Gㆍ타임워너, 모토로라ㆍBEA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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