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금융과 주택금융을 모두 갖춘 선진부동산금융을 갖춰야 한다.`
국내 부동산 금융시스템을 얘기할 때 매번 지적되는 과제다. 주택건설업자를 위한 공급자 금융, 주택 구매자를 위한 수요자 금융이 모두 갖춰질 때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물론 효율적인 주택정책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부동산금융의 현실은 열악하다. 연간 아파트 건립 가구수를 40만 가구, 가구당 건립비용을 2억원으로 가정할 때 소요되는 건설 총비용은 80조원. 이중 70%의 자금을 금융조달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간 56조원의 돈이 금융을 통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조달되는 56조원의 대부분의 돈은 아파트를 분양 받는 수요자가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는 주택경기가 활황일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 됐을 경우 `미분양증가건설업체부도공급위축`의 고리가 이어진다. 경기가 위축 될 경우 계약 포기가 증가, 가계금융부실은 물론 주택업체 금융부실도 함께 불러일으킬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MBS(주택저당채권)제도는 주택금융, 즉 수요자금융의 한 측면만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공급자를 위한 개발금융도 함께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금융 서둘러야= 내년부터는 한국금융공사가 설립, 총 100조원의 MBS를 발행하는 등 서민ㆍ중산층의 주택자금을 공급하는 수요자 금융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공급자 금융이다. 건설교통부는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자금지원 방안을 준비중이다. 선택적 후분양제도를 도입, 후분양을 하는 업체에 가구당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는 것. 하지만 국민주택기금 지원은 공급자 금융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개발형 리츠(REITs). 자본금을 부동산 개발에 투자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고 증권시장에 상장 시켜 환금성을 보장하는 `개발형 리츠(Development REITs)`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리츠는 기존 건물을 매입, 이를 운용해서 나오는 수익만을 배당하는 일반리츠에 머물고 있어 공급자 금융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또 개발자금 공모가 제한 돼 있는 부동산 신탁사에게 금전신탁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토지신탁 고성태 팀장은 “후분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설ㆍ개발업체의 직접금융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부동산신탁사의 금전신탁 허용 등의 간접금융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ㆍ개발업체, 금융조달 능력을 키워야= 시중은행 직원은 “은행들이 돈을 빌려줄 모든 준비는 다 돼 있지만 건설ㆍ개발업체가 그 돈을 빌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분양 제도는 대량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 수요자가 자금을 충당하고 정부산하기관이 보증을 서주는 등 공급자에 대한 지원이 많았던 게 사실. 또 건설업체 한 곳이 연간 1만 가구 이상의 공급을 집중하는 형태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만 가구 이상을 건립하는 건설업체 한 곳이 떠 맡을 자금 조달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