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으로 에어컨 업계의 전통적인 가격공식이 깨졌다. 예년의 경우 에어컨 가격은 7월말부터 하락추세가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올해는 긴 폭염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어컨 값이 8월초 다시 반등곡선을 그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전자업계 및 가전유통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8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에어컨의 공급가격을 6월 공급가격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품귀현상에 따른 것이다. 통상적으로 에어컨 공급 가격은 7월 말 이후가 최저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8월 공급가격 인상은 이례적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7월 말까지 팔리지 않는 제품은 이듬해까지 재고로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통상 8월 전에 공급가를 대폭 낮춰 유통업체의 판매를 지원한다”며 “에어컨 가격은 통상 신제품이 출시되는 4월 초에 최고가를 찍은 후 지속 하락해 7월 말에 최저점을 기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의 공급가격 인상에 따라 최종 판매가격도 다시 올랐다. 온라인 가격비교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주력 모델인 손연재 에어컨 ‘휘센 FQ165DMPWQW’은 약 2주 전까지 170만원대을 기록했지만 8일 현재 최저 217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5~6월 판매 가격보다 오히려 높다.
삼성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7월 중순 이전부터 공급가격을 일찌감치 낮추면서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주력 모델 김연아 에어컨 ‘스마트에어컨Q AF-HA153WGQC’은 5~6월 130만원 대에서 7월 중순 90만원 대까지 떨어졌지만 8일 현재 최저 171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프라인 가전유통업체들도 공급가격 인상에 따라 지난달 보다 20~30% 이상 오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7월 중반까지 기존에 매입한 제품이 쌓여있었지만 7월 20일부터 폭염으로 상황이 급 반전되면서 7월말 한 주 만에 매입한 제품이 모두 소진됐다”며 “제품이 품귀 되면서 제조업체들도 8월 매입제품을 예전처럼 싸게 못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으로 에어컨 공급가격을 예년보다 오히려 일찍 떨어뜨렸다가 폭염으로 다시 올리는 등 업체들도 공급가 산정에 고심하는 분위기”라며 “내년 여름에도 폭염이 지속될 경우 올해의 가격 사이클이 재현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에어컨 온라인 판매가격 현황(단위:만원)
5월29일 6월12일 6월26일 7월10일 7월 24일 8월9일
삼성 AF-HA153WGQC 138 130 99 94 140 172
LG FQ165DMPWQW 171 170 168 175 189 217
* 최저가 기준, 자료=다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