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진당 해산' 선고] 한숨·안도 뒤섞인 선고 현장

진보 "헌법이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 탄식

보수 "반국가 행위 정당… 해산 당연" 환호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리자 보수·진보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로터리에서 집회를 하다 헌재 선고 소식을 듣고 환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단체 회원들은 정당해산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순간 관람객석이 술렁였다. 이내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고 방청객 일부와 통합진보당을 대리했던 변호사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반대로 결정이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이는 방청객도 적지 않았다.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9명의 재판관이 8대1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재판정을 감싸고 있던 팽팽한 긴장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저항의 목소리가 이내 터져 나왔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권영국 변호사는 "오늘로서 헌법이 정치와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입니다.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재판관을 향해 울분을 토하다 퇴장 조치를 당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8대1이 뭐야. 미쳤어. 이게 나라야"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모습을 보던 방청객 일부는 "나가라"며 저항하는 이들에게 소리쳤다.

방청석의 격한 반응과 달리 이정희 통진당 대표 등 주요 통진당 관계자들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 대표와 통진당 관계자들은 재판관이 결정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이를 경청했다. '해산 결정' '의원직 상실' 등 결정문의 주요 부분이 낭독될 때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이 고개를 떨구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역시 같은 표정을 유지했다. 다만 결정문이 나온 순간 이 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잠시 정면을 응시하기도 했다. 통진당 관계자들은 선고 이후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재판정에는 한국 헌법 역사상 첫 정당해산 결정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111석의 방청 좌석이 모두 채워졌으며 방청객들은 10시36분께 모든 선고가 끝났지만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7~8분 뒤인 43분께에서야 법정에서 모두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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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밖에서도 수많은 시민단체들과 취재진, 경찰들로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선고 2시간 전인 오전8시께부터 수많은 취재진과 수십명의 경찰이 모였다. 종로구 현대사옥 맞은편에 모여 있던 통진당원과 지지자들은 결정문이 나오자 "정당해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는 죽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테러"라고 울부짖었다. 집회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라고 만든 헌재가 도리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 이 잔혹한 현실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앰네스티도 선고 직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가안보를 가장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반대로 보수성향인 경우회 회원 200여명과 고엽제 전우회 300여명, 어버이연합 200여명, 엄마부대 50여명, 자유청년연합 50여명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전 헌재 근처인 재동로터리 인근에서 각각 시위 성격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헌재의 판결을 반겼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살아있음을 오늘 확인했다"며 "통진당은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반국가 행위를 한 이들이기 때문에 해산이 지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단체 간 충돌과 돌발상황 등을 고려해 16개 중대 1,200여명의 병력을 헌재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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